[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오디션 쇼-복권이 결합된 음반시장의 암울한 미래
17일(현지 시간) 미국 오스틴 컨벤션센터에 SXSW 뮤직 페스티벌 기조연설자로 나선 음악 프로듀서 토니 비스콘티.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비스콘티는 그런 기대를 깨부쉈다. 처음부터 자기 얘기를 잔뜩 했다. 근데 미워할 수 없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레코드판의 울림과 부엌의 상관관계를 추측한 유아기 이야기부터 프로듀서로 진로를 정하게 된 이야기까지, 그는 ‘이래도 안 궁금해? 재미는 있지?’라고 말하듯 신들린 언변을 숨 가쁘게 풀어냈다.
강연 중반, 마침내 보위란 이름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을 때, 좌중에서는 박수와 환호마저 튀어나왔다. ‘아 참, 우리가 기다린 게 이거였지!’
“그때 보위 나이 열아홉이었죠. 오드아이에 잘생긴 그 아이. 가만있어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죠.” 비스콘티가 세 살 많지만 둘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로만 폴란스키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덕에 금세 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고 한다.
거기까지였다. 보위 얘기…. “요즘 제가 집필 중인 소설 원고를 좀 갖고 와 봤어요. 읽어드려도 될까요?” 좌중 침묵…. 근데 다행이었다. ‘유니버스(The Universe·가제)’라는 그 소설은 이날 강연의 감동적인 하이라이트를 이뤘으니까. 얘기는 이렇다.
배경은 미래. 2020년 북미를 강타한 허리케인 에스페란자와 사상 최악의 엘니뇨로 해외여행이 금지된다. 음악시장 몰락으로 대형 음반사는 ‘유니버스’ 한 곳만 남는다. 유니버스는 매주 대중의 인기를 끌 신인을 하나씩 내놓고 매스미디어를 도배하는 대대적 홍보를 벌인다.
비스콘티는 TV 오디션 쇼와 흥행 예측 복권이 융·복합된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음반시장의 미래로 봤다. “TV 쇼에 나간 스타를 보세요. 멋진 헤어와 의상으로 단박에 ‘데이비드 보위’가 된 그는 스타덤에 오르죠. …딱 다음 주까지만 말이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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