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스펙에 도움된다니.." 대학생 등골빼는 국제자격증
CFA 1차 시험에 응시하는 데만 드는 비용은 등록비 450달러에 응시료 650달러를 합쳐 모두 1100달러(약 128만원)다. 하지만 이는 시험 8개월 전, 일찍 등록했을 때 적용되는 금액이다. 만일 시험 3개월 전에 등록하면 응시료가 1280달러로 뛰면서 전체 비용은 1730달러(약 201만원)로 늘어난다.
더군다나 이 시험은 난도가 높기 때문에 학원 강의를 수강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학원 수강료는 1차 시험만 100만원 전후에 교재비로 약 3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준비하는 국제 자격증에 국제 재무위험관리사(FRM)도 있다. 이 시험은 1차 시험 등록비만 300달러에 응시료 350달러로 모두 650달러가 든다. 시험 한 달 전에 등록하려면 응시료가 650달러로 뛰어 950달러(약 110만원)를 부담해야 한다. 이 시험 역시 난도가 높아 학원 강의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 1차 시험 대비 수강료는 70만원 수준이다.
1차 응시 비용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이들 시험은 본래 직장인들이 국제금융 분야에서 공인된 투자전문가 혹은 금융위기전문가임을 증명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험이었다. CFA 시험자격도 학사학위 보유자나 마지막 학기인 졸업예정자, 4년 이상 업무 경험 보유자, 학력과 경력을 합쳐서 4년 이상 충족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CFA협회는 이 시험 준비기간을 6개월로 잡고 있는데 이 역시 대학을 졸업한 미국인이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양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즉 본래 직장인이 보는 시험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취업에 목마른 대학생들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험으로 변질되고 있다. 남학생은 군복무 경력을 인정받아 대학 2학년 2학기까지 이수하면 이 시험에 응시 가능하며, 여학생들은 졸업예정자나 수료 상태에서 응시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 소재 사립대 학생인 B씨는 "전공이 상경계열이 아니어서 금융 공기업이나 금융권, 대기업 재무팀에 지원하려면 CFA나 국제 FRM 등 어려운 자격증으로 금융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집안 형편상 큰 부담이 되는 시험이지만 이런 자격증 하나 있으면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고 면접에서도 유리하니까 눈 딱 감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금융 공기업은 CFA나 국제 FRM 자격증 소지자에게 서류전형에서 가산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격증 취득자에 한하며 본래 1차 시험을 통과한 것만으로는 자격증으로 기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1차 만이라도 합격하면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B씨는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부 때 CFA 1차 시험에 합격한 상태에서 면접을 봤더니 굉장히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며 "자격증이 있으면 해당 직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고 취업 박람회를 가도 CFA나 FRM은 채용할 때 우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시험은 고가 응시료에도 전 세계 합격률이 40%대에 불과하다. 한국 응시생 합격률은 30% 전후로 더 낮다.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은 또다시 고가의 응시료를 부담해가며 재도전하기도 한다. CFA 준비생인 C씨는 "비싼 시험이라 떨어질까 봐 무섭고 정말 취업에 도움이 될까 불안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만일 떨어진다면 그동안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 재도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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