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盧와 어정쩡한 봉합..金 "정체성 해결못하면 수권정당 요원"

정석환,박의명 2016. 3. 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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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2번 수용..김현권·문미옥 등 親文 당선권 포진당내 반발 잠재웠지만 총선후 주도권경쟁 불씨 남아

◆ 김종인 대표직 유지 / 4.13 총선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한 뒤 외부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승환 기자]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놓고 빚어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친노 세력 간 '1차 맞대결'이 김 대표가 당 대표 유지를 선언하면서 김 대표 승리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날 더민주가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김 대표와 비대위 주도로 작성돼 발표한 지난 21일 명단과는 달리 친문재인계 인사들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당선 안정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어정쩡한 봉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민주가 23일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에 따르면 박경미 홍익대 교수와 김 대표는 기존대로 각각 1·2번을 배정받았다.

김 대표는 "이 당을 떠남과 동시에 비례대표 의원직을 던져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최종 명단과 21일 발표된 명단 간 차이점은 비례대표 순번 3번부터 확연하게 드러난다. 최종 명단에서 송옥주 더민주 홍보국장은 3번을 배정받았고 최운열 전 서강대 부총장, 이재정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이 각각 4·5번을 배정받았다.

22일 새벽 진행된 비례대표 순위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김현권 전 의성군 한우협회장이 농어민 대표 자격으로 6번을 배정받았고 문미옥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이철희 더민주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은 각각 7·8번에 이름을 올렸다.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는 9번에 배정됐고,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원안대로 10번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이철희 본부장, 문미옥 전 기획정책실장, 제윤경 대표는 '친문 그룹'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사다. 김현권 전 회장과 이재정 사무차장은 각각 운동권, 시민단체 출신이다. 김 전 회장은 김 대표 명단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은 C그룹(21~43번)에 포함돼 있었다.

김 대표가 당선권(A그룹·1~10번)에 배치한 후보들은 후순위로 밀린 반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과 운동권 출신이 대거 당선권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근본적으로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선에 서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며 "정권을 지향한다면 국민의 정체성에 당이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더민주는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는 말로 당내 반발 세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대표가) 승리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친노들이 본인들 위력을 보여준 것이고, 김 대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친노와 벌인 '1차 전면전'에서 김 대표가 "나 없이 당이 제대로 갈 것 같으냐" "응급환자의 의지가 없으면 의사가 가버리는 거지" 등의 말로 친노 세력을 자극한 만큼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20대 국회가 시작된 뒤 김 대표가 더민주 대표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김 대표 리더십에 앞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대표와 일부 더민주 비대위원 간 '불협화음'이 감지된다는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당내 김 대표 지지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점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당내 지지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만큼 김 대표는 향후 당권 경쟁 구도를 고려할 때 자신이 주도해 꾸린 비대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날 김 대표는 비대위원들 일괄 사의 표명에 대해 "제가 생각을 좀 더 해서 결정하겠다"고만 답했다.

한편 친노·주류 측은 문 전 대표가 사퇴 만류에 직접 나선 이후 비판을 자제하면서 상황을 봉합하려고 시도했다.

당의 전략공천 방침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강기정 의원은 "이번 비례대표는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문제가 있어서 바로잡은 거지 그걸 운동권이나 계파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제는 김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해주셔야 한다"고 밝혔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태에서 비대위 대표, 비대위원, 중앙위원, 평당원, 지지자들은 각자의 비전과 입장을 견지하며 충돌했고 절충과 타협에 이르렀다"며 "나라건 정당이건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법이고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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