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할부금은 내면서 양육비 안주는 아빠 '월급 압류'.. 양육비 갈등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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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김모(77) 할머니 집 앞에 느닷없이 손자와 손녀(당시 10·15세)가 나타났다. 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던 며느리가 친정어머니를 시켜 김 할머니에게 아이들을 보낸 것이었다. 아들 부부는 이듬해인 2012년 이혼했다. 아이들은 김 할머니가 길렀다. 2013년 아들이 실종된 뒤부터 양육은 온전히 김 할머니와 남편(79)의 몫이 됐다. 딸들이 주는 용돈으로만 생활하는 김 할머니 부부는 며느리에게 양육비를 달라고 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오랫동안 참고 견디던 김 할머니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도움으로 양육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자녀 양육비를 받는 일을 돕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오는 25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양육비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녀 양육비는 주지 않으면서 자동차 할부금을 낸 아빠가 있는가 하면 상대의 이메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법률 절차가 시작되자 변호사를 선임한 엄마도 있었다. 해외 유학파인 한 아빠는 법원의 결정에도 양육비 수천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두 달 뒤 유치장에 들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양육비이행원은 20일 “1년간 3만6023건의 상담을 진행해 844건의 양육비 집행을 이끌어냈고 양육비 38억3648만원이 건네졌다”고 밝혔다.
두 자녀를 홀로 키우는 정모(31·여)씨는 2014년 협의이혼을 하면서 전남편에게 자녀 1인당 매달 40만원씩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양육비가 입금된 건 8개월뿐이었다. 교통사고로 척추골절을 입어 생계가 어렵게 된 정씨는 지난해 4월 양육비 이행확보 지원서비스를 신청했다. 전남편의 월급이 약 300만원이고 그가 동생 명의로 구입한 자동차의 할부금까지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양육비이행원은 법률구조공단에 사건을 위탁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전남편의 월급 일부를 직장 사업주로부터 지급받고 있다.
‘양육비 피해자’ 가운데 남성도 상당수다. 이혼한 뒤 11세 딸을 키우는 김모(44)씨는 해외에 거주하는 전 부인에게 이메일로 양육비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김씨가 양육비심판청구를 제기하자 그때서야 전 부인은 변호사를 선임해 협의에 응했다. 법원의 조정 끝에 전 부인은 과거 양육비 2500만원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양육비이행원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남성의 신청건수가 834건으로 전체의 12.8%에 이른다고 밝혔다.
예술가 A씨는 법원에서 2000년부터의 양육비 443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받았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양육비이행원은 그가 사는 곳을 찾아가 200만원을 받아냈지만 A씨는 더 이상 양육비를 건네지 않고 있다. 법원은 다시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매달 1000만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양육비이행원은 A씨가 이행명령을 3차례 위반하면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재판을 신청할 계획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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