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대학생 열정페이 근절에 올인..총선 앞두고 청년이슈 드라이브

남기현 2016. 3. 20. 18: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장실습 기업 급구합니다. '열정페이'라도 좋으니 일단 쓰기만 해주세요. 열정적으로 일하겠습니다. 교수님이 현장실습 기업을 구해 오래요.'

최근 알바몬, 알바천국, 잡코리아, 인크루트, 사람인, 워크넷 등 취업 사이트에서는 이런 내용의 대학생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열정페이가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이들 대학생은 왜 이를 감수해 가며 현장실습을 원하는 걸까.

이에 여권 한 관계자는 20일 "대학이 학생들의 열정페이를 부추기는 측면이 꽤 많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올해 기준 전국 87개 대학(4년제 57개·전문대 30개)을 대상으로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을 진행한다. 현장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산업체와 협력 활동을 많이 하는 대학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 평가기준 중 핵심이 다름 아닌 현장실습 건수다. 사업 현장에서 실습하는 대학생이 많을수록 그 학교는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대학은 학생들에게 현장실습을 강권하게 되고, 학교 측 강요에 떠밀린 학생들은 열정페이를 감수하고라도 현장실습을 받아줄 사업장을 찾기 위해 목을 맨다. 상당수 대학은 아예 '현장실습은 전공과목의 필수로 한다'는 항목을 학칙에 명시하고 학점을 따기 위해서는 현장실습을 해야만 하는 구조를 만들어놨다. 현장실습에서 급여 지급 등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사실상 대학이 학생들에게 열정페이를 부추기는 모순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지침과 규정을 새롭게 만든 것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 규정은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열정페이 현장실습'은 현장실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장조사를 통해 열정페이를 뿌리뽑기로 하고 대대적인 근절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500개 현장조사 대상 중에는 디자인·패션·호텔·제과제빵·미용 등 사업장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계획을 보고받은 박근혜 대통령도 "청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자"고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캠페인과 관련해 정부는 이미 서울지하철과 경기도 200개 노선 버스에 '열정페이 근절' 광고를 냈고, 21일부터 서울시내 110개 노선 버스에도 광고를 시작한다.

그동안 버스 광고 게재를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 간 신경전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대대적인 열정페이 근절 캠페인이 총선을 앞두고 청년 일자리와 열정페이 이슈를 정부·여당이 선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 측이 정부 캠페인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광고 게재가 늦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정치적 역학 관계를 떠나 열정페이 자체가 큰 문제라는 데 인식이 모아지면서 결국 서울시도 버스 광고를 허용했다는 설명이다.

[남기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