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과 아이들' 포스트시즌만 되면 천하무적

che 2016. 3. 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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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전에서 끝내자”

‘김세진과 아이들’의 포스트시즌 ‘무적모드’는 어디까지일까.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적지에서 열린 챔프전 1,2차전을 모조리 잡고 2년 연속 챔피언 등극에 단 1승만을 남겼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OK저축은행의 통산 포스트시즌 전적은 9전 전승, 승률 100%다. 

2015~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 2차전이 열린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의 2차전 승리 전략은 1차전과 같았다. 바로 현대캐피탈 전력의 알파요 오메가인 오레올 봉쇄. 김 감독은 “오레올이 서브 리시브를 받으면 미묘하게 공격 리듬이 흔들린다. 오레올에게 서브를 집중하면서 단순하게 풀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지도자 경험 전혀 없이 OK저축은행 사령탑에 올라 창단 2년차 만에 V-리그를 접수하며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한 김 감독. 그의 단순명료한 전략은 이날도 어김없이 통했다. 승부처였던 1세트에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오레올에게 목적타를 집중시켰다. 1세트에 팀 내에서 가장 많은 9개의 리시브를 받은 오레올이 세터 머리 위로 정확히 올린 것은 4개뿐. 시몬의 강서브를 코트 밖으로 튕겨내며 에이스를 허용한 뒤엔 잠시 벤치로 물러나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리시브만 흔들린 게 아니라 공격 타이밍도 제대로 잡지 못해 오레올의 1세트 공격 시도는 단 5개, 득점은 3점에 그쳤다. ‘오레올 흔들기’에 성공한 OK저축은행은 시종일관 경기 흐름을 주도하며 가볍게 승리를 따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챔프전에 대한 부담을 온전히 떨쳐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꼭 우승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어제는 훈련 없이 레크레이션을 하며 우스꽝스런 벌칙도 주면서 허심탄회하게 웃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감독의 ‘선수들 기살리기’ 특효약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오레올(11점)은 1차전(40%)에 이어 2차전에서도 공격성공률 45%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프로 2년차로 첫 챔프전을 치르는 세터 노재욱이 들쑥날쑥한 토스로 공격수들과 ‘불협화음’을 낸 게 가장 큰 패인이었다.

반면 노재욱의 성균관대 1년 선배인 OK저축은행 세터 곽명우는 시몬(23점) 위주의 공격패턴에 송명근(13점), 한상길(10점), 송희채(7점) 등 토종 공격수들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세터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곽명우 역시 지난 시즌 챔프전엔 이민규에 밀려 대부분 벤치를 지켰기에 이번이 사실상 첫 챔프전임을 감안하면 두 세터의 배짱 차이가 시리즈 운명을 갈라놓은 셈이다. 현대캐피탈을 3-0(25-18 25-20 25-20)으로 완벽히 제압한 OK저축은행은 챔프전 2연패를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3차전은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다.

경기 뒤 김 감독은 승리 원동력으로 수비를 꼽았다. 김 감독은 “리시브와 연결 동작, 어택 커버 등 기본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게 승리의 주된 요인”이라면서 “상대 노재욱이 크게 흔들린 반면 우리 곽명우는 ‘인생 경기’를 했다. 세터 싸움에서 완벽히 이긴 게 컸다”고 설명했다. 양 팀 세터의 차이를 묻자 김 감독은 “상대 선수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잘 하려는 것과 동료를 믿는 것이 다른 점 아닐까. 우리는 서로를 믿고 간다. 동료가 해주겠지 하는 믿음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OK저축은행은 팀 통산 포스트시즌 전적이 무려 9전 9승. 승률 100%다. 그 이유를 묻자 김 감독 본인조차 잘 모르겠다는 듯 “우리 선수들이지만, 참 희한한 놈들이다. 기복이 정말 크다. 초반에 흐름만 잡으면 그 흥으로 탄력을 받아 상대를 잡아먹는다. 물론 모든 팀이 흥이 오르면 탄력을 받는데, 그게 우리 팀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선배에게 2연패로 치명타를 입은 최 감독은 “실력 부족, 경험 부족이다. 상대는 리시브가 안정되니 곽명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 작년 우승팀답다”고 패배를 인정한 뒤 “우리 팀은 제일 잘 했던 기둥 두 명(문성민, 노재욱)이 흔들리니 답이 없다. 제가 사령탑을 맡은 뒤 가장 노력했던 게 선수들 내면에 있는 승부욕을 뽑아내는 것이었는데, 정규리그에선 그 모습이 나왔다. 그런데 챔프전에선 이상하리만치 나오지 않는다. 그 부분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 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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