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네 다리를 잃은 개 '치치'를 살린 사람들

2016. 3. 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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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손수용 기자ㆍ이영돈 인턴]최근 국내외 언론을 통해 네 다리를 잃은 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개, 치치(골든리트리버 믹스견)의 이야기가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한국에서 식용으로 도살 위기에 처해있던 치치가 미국 구호단체를 통해 구조됐고, 미국으로 입양이 됐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네 다리가 절단된 채 발견돼 미국으로 입양된 '치치'(사진=유주연 제공)

이 내용은 ABC 방송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들은 물론, 해당 내용을 미국발로 인용한 한국 언론들 역시 주요 기사로 다뤘습니다.

특히 ‘보신탕용’으로 팔릴 위기였던 치치가 ‘한국이 아닌 미국’ 구호단체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내용이 부각되면서 기사를 접한 이들이 한국에 대한 비난성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인들의 이기심 때문에 치치가 멀리 미국에서나마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라며,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비판들이었는데요. 

구조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있는 치치(사진=유주연 제공)

하지만 치치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기까지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치치를 살리기 위해 동분저수했던 한국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HOOC은 치치를 한국에서 직접 구조하고 보살폈던 사단법인 ‘나비야 사랑해’(나비야) 유주연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18일 유 대표에 따르면 치치는 지난 1월 6일 경상남도에 위치한 어느 도시의 길거리에서 검은 봉투에 담긴 채 길을 지나던 행인에게 발견됐다고 합니다. 발견 당시 치치는 네 발이 묶여 있는 상태였고 심한 학대를 받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의료진에 의해 치료를 받고 있는 치치의 모습

구조 당시 치치는 ‘나비야’에 의해 이튿날 새벽 병원으로 보내졌습니다. 네 발에서 괴사가 진행돼 뼈와 힘줄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치치를 진료한 수의사는 괴사 상태가 심해 네 발을 절단할 수 밖에 없었죠.

이 과정에서 ‘나비야’는 치치의 절단 수술에 필요한 비용을 모금했습니다. 충분한 금액이 모이지는 못했지만 유기견 보호 단체인 ‘해피엔딩레스큐’와 치치의 진료를 맡은 ‘청담 이리온 동물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절단 수술 이후 치치는 힘겨운 재활과정을 버텨내야 했습니다. 나비야와 병원 측 관계자들은 치치가 재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치치 자신의 살고자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유주연 씨는 전했습니다.

결국 두 달이 넘는 치료 끝에 치치의 상태가 호전되자 관계자들은 치치를 맡아줄 입양처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동물 복지가 잘 돼있는 미국을 알아봤고 반려동물 해외 입양 사업을 같이 진행했던 ARME의 도움을 받게 된 것입니다. 

치료 당시 치치의 모습

즉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ARME가 주도적으로 치치를 구조하고 보호했다는 내용은 이처럼 와전된 것이었습니다.

현재 치치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살고 있는 리처드 하웰 가족에게 입양됐습니다. ‘나비야’의 유 대표가 직접 치치를 미국으로 데려가 ARME와 함께 하웰 가족에게 인도했죠.

유 대표는 치치가 현재 건강을 되찾은 상태며 입양된 가정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하웰 가족과 연락을 취하며 치치의 상태와 ARME의 모금액 사용을 계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치치의 소식이 최초로 전해졌을 때, 한국 언론들은 치치가 식용으로 도살되기 직전 구조됐다며 “식용개”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치치의 발견 장소가 개들을 식용으로 처리하는 정육시장 근처였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하지만 유주연 씨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치치가 발견된 곳은 정육시장 근처가 아닌 평범한 길거리였고 식용견으로 의심할만한 특이 사항은 없었다는 것이죠. 

미국동물구호단체 ARME가 제작한 치치 관련 영상, 치치와 관련없는 '한국의 식용견시장'을 영상에 삽입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ARME’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치치의 구조 과정에 대한 영상을 올리며 자극적인 표현들을 넣었습니다. 영상 초반부에서 그들은 ‘식용견’, ‘정육시장’, ‘보신탕’ 등 자극적인 단어들과 함께 개들이 창살에 갇혀있는 정육시장 사진을 올 려 마치 치치가 식용견이었던 것처럼 오해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러다보니 영상을 본 네티즌들이 한국의 개고기 문화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올리기도 했죠.

한편 이들은 ‘치치’가 한국말로 ‘사랑’을 뜻한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주현 씨에 따르면 치치는 신체 장애를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닉 부이치치’에게서 따온 이름입니다.

치치에게 가해진 학대가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보신탕’, ‘식용’ 등의 자극적인 단어들과 함께 보도돼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또 치치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는데 있어 미국 구호단체의 역할이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름없이 헌신한 수많은 한국 사람들의 노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채, 한국인들을 비판하는 것도 옳지 않은 일입니다. 

재활치료중인 치치의 모습

국내 언론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이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국내 의료진과 동물보호단체의 이야기를 알릴 수 있었겠죠.

한편 유 대표는 “치치가 좋은 가족을 만나 건강을 되찾은 것은 정말 잘된 일이지만 국내의 유기견들이 ‘보신탕’, ‘식용’ 등으로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국내의 많은 단체들이 치치와 같은 유기 동물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feelgo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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