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추진 선상카지노 문체부가 막아..부처·지자체 엇박자
◆ 규제프리존 부처 칸막이 ◆
부산시는 어떤 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선상 카지노' 산업이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내국인 관광객도 선상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도록 카지노 규제를 추가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마리나 선박 대여업 허용 등의 규제 철폐만으로는 해양 관광산업을 육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시 건의는 결국 보류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칫 잘못하면 오픈 카지노(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전면 허용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한 탓이었다. 대형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일정 수준에서 내국인 출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체부는 외국인 카지노 허가권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각 시도에 배정한 규제프리존 사업 27개 가운데 18개는 첨단 제조업, 이른바 신산업 쪽이라 투자를 막는 규제가 그다지 많지 않다"며 "오히려 스마트 관광, 해양 관광 등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해결되는 게 많은데 부처 간 이견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없어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규제가 해당 부처 반대로 살아남는 모양새다.
부산시 사례처럼 규제프리존의 취지를 살리고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자체가 추가 규제를 없애달라고 요청했다가 해당 부처 반대로 막힌 사례는 수십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줄기세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프리존에 한해 연구용 난자 기증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보건복지부가 강력히 반대해 무산됐다. 또 복지부는 투자개방형 병원을 규제프리존에 설립하는 방안도 사회 반발이 우려된다며 반대해 제외시키기도 했다. 전기자동차를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투자를 이끌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지만 국토교통부가 택시 업계 반발이 예상된다며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리고 살릴 것만 살리자"면서 '네거티브 규제'를 천명했지만 실상은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규제프리존 안에서도 규제가 살아남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처 공무원들이 이익집단 눈치를 보느라 규제 철폐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충청북도 규제프리존에 미용사 자격증을 갖지 않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미용업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려고 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동네 미용실들이 "골목 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지자체가 미온적으로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현행 규제대로라면 약사만 약국을 열 수 있는 것처럼 미용사 자격증을 갖춘 개인만이 미용실을 열 수 있다. 이 때문에 미용업체가 영세 자영업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충북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에 한해 법인의 미용업 진출을 허용하려 한 정부의 당초 계획도 틀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송생명과학단지 인근은 영세 미용업자가 많지 않아 법인이 진출해도 골목 상권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시각이지만 미용사 단체 반발로 규제 철폐가 좌절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규제프리존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정부가 사안별로 지자체, 이익단체들과 자주 협의해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줄기세포 연구, 투자개방형 병원 허용, 미용법인 허용 등처럼 민감한 규제들은 사회적으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수도권 과밀화 억제 규제처럼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논란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규제들은 일개 공무원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사안별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은 정부부처 간 협의를 통해 하나의 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이해관계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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