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대표 빼고 회동한 친박 "金과 함께 못해"..두조각 난 지도부

남기현,김명환 2016. 3. 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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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당대표가 혼란만 부추겨"..공천장 도장 놓고 힘겨루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갈등이 최고위원회의 내 세 대결로까지 비화됐다. 전날 8곳의 공천심사안 보류를 단박에 거절한 이 위원장에게 김 대표가 맞불로 최고위 취소 카드를 내놓자,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아예 김 대표를 빼고 자체 대책회의를 열었던 것이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회의에서 "살생부 파동에 이어 또 김 대표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며 김 대표가 자의적으로 일부 공천안을 보류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 위원장과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김 대표만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형국이다.

이날 오전 9시 원래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려야 할 최고회의가 원내대표실에서 개최됐다. 시간에 맞춰 서청원·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이 원내대표실에 속속 들어갔고, 최고위 멤버인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자리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원 원내대표를 대표 대행으로 내세워 공천심사 결과 추인을 강행하려 했지만, 회의의 자격 요건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간담회만 진행했다. 사실상 친박계 최고위원의 '대책회의'였다.

회의에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의 공천심사안 보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김 대표가 좀 어른스럽지 못했다"며 "비공개 회의 내용을 정회인 상태에서 개인적인 발표로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쏘아붙였다.

1시간가량 회의 후 브리핑을 한 원유철 원내대표도 "할 말이 있으면 비공개 최고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하고, 결정된 사항을 말해야지 최고위에서 의결도 되지 않았는데 마치 최고위에서 보류된 것처럼 말한 것은 곤란하다"며 "당 대표가 개인 자격도 아닌데 그렇게 말한 것은 당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으므로,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최고위원들의 합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 외부위원들 공관위 보이콧

공천심사 결과로 인해 최고위원들이 다시 계파별로 갈라서자, 당내에선 김 대표가 또다시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면 최고위 안에서는 친박계가 수적 우위를 앞세워 김 대표를 압박할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행보는 공관위 파행까지 불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공관위 회의는 외부위원들 퇴장으로 30분 만에 끝났다. 회의에서는 전날 공천심사안 보류, 대구 수성을 재의 요청과 관련해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과 외부위원들 간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부위원은 "김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공관위가 공정성을 잃었고, 심사에 하자가 있는 것처럼 표현한 부분에 대해 (일부 위원들이) 반발한 것"이라고 전했다. 공관위 파행 뒤엔 황 총장이 당사를 떠나면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통화하는 모습도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최고위와 공관위 상황에 대해 얘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靑도 김무성리더십에 의구심

여권 핵심부와 친박계 중진들도 외곽에서 '김 대표 운신의 폭 좁히기' 작전에 나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과거 최고 권력자 발언 등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웠던 김 대표 리더십에 대해 청와대마저 깊은 우려와 의구심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라며 "살생부 사태와 어제(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의구심이 사실상 확신으로 굳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청와대 내부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황진하·홍문표 등 비박계 핵심 의원들이 다함께 공관위에 들어가서 유승민 의원만 빼고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항을 김 대표가 잘못됐다고 부정한다는 게 당 대표로서 할 짓이냐"고 발끈했다. 그는 "계속해서 김 대표가 헛발질을 하면 개인 문제를 넘어 총선을 앞두고 당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함께 가기 힘든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20대 총선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와 관련해 이기기 위한 공천일 뿐"이라며 "친박을 위한 공천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공관위를 두둔했다. 그는 이어 "공관위가 알파고도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씩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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