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장학금 폐지' 高大의 아름다운 실험 통했다

김희래 2016. 3. 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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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돈은 가난한 학생들의 몫" 교수·학생 압도적으로 지지타대학 확산될지 관심 높아
올해부터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기로 한 고려대 결정에 대해 학생과 교수들은 예상과 달리 압도적 지지 의사를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학의 장학금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운영됐지만 지성의 요람인 대학 구성원들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장학금을 배분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매일경제가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서 지난 8일부터 3일 동안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404명 중 294명(72.8%)이 성적 장학금 폐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애초 찬반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반대로 성적 장학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89명(22%)에 불과했고, '의견 없음'은 21명(5.2%)으로 나타났다. 성적 중심의 맹목적 보상 시스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아이디(ID)가 '마자용'인 한 응답자는 "상아탑에서만큼은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공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ID '트라몬타(tramonta)'는 "공부는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이고, 공부를 잘했다고 상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우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배분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Buyer)는 "당장 생활이 불가능한 계층은 남들 놀고 공부할 시간에 따로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며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성적 장학금 폐지에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학비 부담이 없는 부유층 수혜자에게 장학금이 쏠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학생 설문조사와 병행해 고려대 20개 학과 교수 160명에게 '성적 장학금 폐지 찬반'을 물은 결과 설문에 답한 교수 16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15명의 교수가 전적인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설문에 응답한 A교수는 "더 많은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장학금의 본래 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B교수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 장학금까지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일부 교수는 "'성과가 좋으면 어떤 지위와 배경에 관계없이 보상을 한다'는 기존 장학금 패러다임이 깨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앞서 고려대는 올해부터 소득분위 0~2분위 학생들에게 등록금 100%를 감면하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교내 근로와 연계해 생활비를 지원하는 '필요기반(Need-based) 장학금' 제도를 신설해 기금 200억원을 마련했다. 동시에 기존 성적 장학금 제도는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고려대 안팎에서는 갑작스러운 성적 장학금 폐지에 따른 수혜 대상들의 반발, 학내 여론 수렴 부족 등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대학에서도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장학금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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