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문화재목록 전부 파악못했다"
도난당한 줄 알았던 국보101호 지광국사탑 사자상 수장고 보관된 사실 뒤늦게 확인
2003년에도 국보34호 창녕 술정리3층 동탑 사리용기 없다고 했다가 보관 사실 인정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조선총독부로부터 넘겨받은 문화재의 목록을 현재까지도 완전히 파악해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해외로 약탈된 문화재 환수를 추진하기 이전에 우리가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 목록부터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로부터 넘겨받은 문화재 목록 가운데 수장고 내에 아직 확인 정리가 안 된 것이 많다"고 17일 밝혔다. 그는 이어 "2022년까지 조선총독부 문화재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을 마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는 약 15만점의 문화재가 보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내 중요 문화재 현황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일제강점기에 수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던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 현묘탑' 기단부의 사자상이 수장고에 지난 60년간 보존돼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경복궁 경내에 소재한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 현묘탑의 전면 해체‧보존처리에 앞서 지난해 9~10월 문헌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제강점기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던 지광국사탑 기단부 사자상이 1957년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보관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홈페이지 지광국사탑 소개란에 기존 '기단의 네 귀퉁이마다 1마리씩 놓여 있던 사자상은 일찍이 도둑맞아 지금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다'라는 문장을 '기단 네 귀퉁이에 사자상이 1구씩 배치돼 있었으나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로 바꿨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1962년 국가문화재를 일괄 지정할 때도 사자상은 기록에 없었으며, 당시 사회상을 볼 때 관계 기관 간의 업무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문화재 목록을 서로 주고받고 있지 않았던 건 맞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6월 발간한 미술자료 87호에 지광국사탑 사자상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게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문화재 관리 주무당국인) 문화재청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솔직히 그런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한 중요 문화재의 존재 여부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사례는 이번 지광국사탑 사자상의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03년 통일신라시대 주요 석탑으로 국보34호인 경남 창녕 술정리3층 동탑의 사리용기가 없어진 사실이 알려졌을 때, 당시 민간 문화재 전문가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여부를 문의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처음엔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가, 전문가들의 반박과 문화재청의 추궁에 다시 "수장고에서 보관돼 있다"고 인정했다.
이로 인해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재 관리 실태에 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평우 은평역사한옥박물관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위치인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인 10여년전과 비교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인력과 예산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아직도 수장고에 무슨 문화재를 갖고 있는지 모른다는 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립중앙박물관이 이 모양인데, 무슨 명분으로 우리가 해외로 약탈된 문화재를 환수하겠다고 나서겠는가"라며 "우리 문화재 회복을 위한 시민사회와 학계의 노력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유산을 수집·보관해 일반인에게 알리는 우리나라의 대표 박물관이다. 1909년 창경궁 제실박물관으로 시작해 일제강점기 때 이왕가박물관으로 격하되는 등 고난을 겪다가 1972년부터 지금 이름으로 불렸다. 2005년 현재 위치인 용산에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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