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화 밀어붙이기' 통신사찰 의혹

임아영 기자 2016. 3.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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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가정보원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이 유 의원의 통신자료를 요청한 날짜는 지난해 10월26일로 교문위 야당 위원들이 서울 혜화동 국제교육원에 있었던 ‘국정교과서 비밀 TF’를 찾아가 TF의 성격을 밝히라고 요구한 다음날이다. 이날 교문위 야당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는 국정화 비밀작업팀을 즉각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국정교과서 추진을 위해 국정원까지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16일 유기홍 의원은 “SK텔레콤에 지난 4일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요청서’를 냈고 15일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15일 보내온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보면 유 의원의 통신자료를 통신사가 제공한 것은 국정원 2건 등 총 3건으로 나타났다. 제공 요청 사유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법원/수사기관 등의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이라고 적혀 있다.

유 의원 측은 이 중 국정원이 요청한 10월26일의 통신자료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25일 오후 8시 유 의원 등 야당 교문위원 4명은 제보를 받고 혜화동 ‘비밀 TF’를 찾아가 교육부 직원들을 면담하려고 했지만 TF 직원들은 문을 걸어잠그고 밤새 건물에서 나오지 않았다. 경찰병력이 300명까지 배치되는 등 하루 종일 접근 통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더민주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TF 운영계획안에는 ‘청와대 일일 점검 회의 지원’ 업무가 포함돼 있어 청와대가 국정화 관련 일일회의를 해왔고 TF가 보고를 해온 것으로 추정됐다.

이 당시는 정부의 국정화 고시 발표 직전으로, 전국적으로 국정화 반대 성명이 이어지며 국정화에 대한 전 국민적 반발이 높아가던 때다. TF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이 팀의 역할 등 정부의 국정화 추진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유 의원은 국정원이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것은 청와대의 하명으로 국회의원을 사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 회의에서 서청원 의원은 기습방문한 야당 의원들을 ‘화적떼’라 표현했고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을 감금했다고 표현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검경 수사를 주문하기까지 했다. 야당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상임위를 열자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거부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3일자 유 의원의 통신자료도 요청했다. 유 의원은 “상임위 법안소위 심사를 하고 있을 때 김태년 의원 대신 제가 간사 역할을 맡았고 정부가 추진하는 관광진흥법을 끝까지 막으려고 했던 시기”라며 “정황을 계속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유기홍 의원실은 15일 국회에 파견된 국정원 과장에게 확인했지만 국정원은 ‘어떤 수사인지 등 일체의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당시 치부를 들킨 청와대가 국정원에는 사찰을 시키고 새누리당은 여론몰이에 나서는 등 구체적 기획을 실행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국회의원의 통신정보를 영장 없이, 통보 한마디 없이 몰래 뒤지는 것이 현재의 국정원이다. 테러방지법으로 이런 현상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측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가기밀탐지 혐의가 있는 외국인에 대한 국정원법 3조 제1호상의 방첩활동 과정에서 외국인이 수시로 전화하는 전화번호 가입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내국인임이 확인된 후 더 이상의 추가 조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자주 접촉하는 번호인데, 특정 날짜의 통신자료를 요청한 이유를 묻자 “우연일 것”이라고만 답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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