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보위에게 통째로 바친 SXSW 개막 파티

2016. 3.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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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5일 화요일 맑음. 텍사스. #200 David Bowie 'Ziggy Stardust'(1972년)
[동아일보]
15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오스틴 시내 클럽 ‘매기매스’에서 데이비드 보위 추모 공연 중인 밴드 캅술라.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15일(현지 시간) 오후 6시, 섭씨 30도의 한낮을 선사한 태양의 위세가 잦아들 즈음.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시내 6번가에 긴 줄이 늘어섰다.

300m쯤 되는 구불구불한 줄에 선 백인, 흑인, 아시아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의 얼굴들. 15일 개막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뮤직 페스티벌의 개막 파티는 데이비드 보위(1947∼2016)에게 통째로 헌정됐다. 이곳 클럽 ‘매기 매스(Maggei Mae‘s)’ 무대에 6시 15분, 스페인 록 밴드 캅술라(Capsula)가 올랐다.

기타를 든 남성 보컬 마르틴 게바라는 키 크고 깡마른 체구에 꼭 맞는 새빨간 셔츠의 단추를 세 개쯤 풀어헤쳐 보위를 연상시켰다. 이들은 이날 보위를 슈퍼스타로 만든 명반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를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통째로 연주했다.

‘The Rise and Fall of…’는 독특한 양성애자 록 스타의 슬픈 이야기를 다룬 콘셉트 앨범이다. 자연자원 고갈로 종말을 5년 앞둔 지구에 떨어진 이 슬픈 스타는 밴드를 결성해 노래한다. 전기도 없는데 록 밴드…. 그의 존재는 처음부터 아이러니다.

인류를 구원할 ‘Starman’의 존재를 예언하며 메마른 지구에 처음 희소식을 전한 이 예언자 겸 가수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가 기다린 외계인들은 반물질의 한계를 깨고 지구에 육신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무대 위에서 지기 스타더스트의 육체를 찢어 나눠 입기로 한다. 마지막 곡 ‘Rock ’N‘ Roll Suicide’는 지기의 종착역. ‘손을 내밀어줘/넌 아주 멋지니까!’는 그의 마지막 외침. 이건 아주 괴상하고 별나서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외계인 이야기인 동시에 모든 사람과 모든 혼자에 관한 이야기다.

알고 지내던 제작자가 세상을 등졌다는 이야기를 오늘 들었다.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던, 조금 달떠 있던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밴드 캅술라의 게바라는 앙코르 곡 ‘Rebel Rebel’을 부르다 무대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의 뜻밖의 움직임에 시선을 맞추다 무대 오른쪽에 있던 클럽 벽화를 발견했다. 어떤 찰나가 그려진. 그림 속에 무대가 있다. 기타 치는 남자가 있다. 왼쪽 근경에서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 같은 소녀가 막 문을 열어젖히고 이 장면을 목격한다. 지구엔 그런 순간들이 있다. ―오스틴에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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