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 "4월 5일 식목일은 나무 죽이는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6. 3. 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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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엔 이미 뿌리자라, 옮겨심으면 손상 가능성 높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형순 (전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4월 5일은 나무를 심는 식목일라는 거 여러분 다 아시죠. 그런데, '4월 5일은 식목일로 적절치 않다. 바로 이맘때인 3월로 당장 옮겨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식물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죠. 전 국립산림과학원의 박사세요. 박형순 박사 연결돼 있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박형순> 네, 안녕하세요. 박형순입니다.

◇ 김현정>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유치원생을 잡고 물어봐도 다 알잖아요. 식목일 하면 4월 5일인거요.

◆ 박형순> 네. (웃음)

◇ 김현정> 그런데 그걸 바꾸자고 주장하시는 거예요?

◆박형순> 네. 온난화 때문에요, 날씨가 기온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4월 달에는 이미 꽃과 눈이 틔기 시작하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4월 5일 식목일에 나무를 심으면. 지금 같은 날씨에서는, 지금 같은 기온에서는 너무 늦다?

◆박형순> 그렇죠. 늦은 감이 있죠.

◇ 김현정> 그냥 늦기만 하는 겁니까? 아니면 4월 5일에 심으면 오히려 나무한테 해가 되는 건가요?

◆박형순> 그때 4월 5일이면 벌써 잎이 나오기 때문에 뿌리가 움직이거든요. 식재를 할 때, 심을 때 뿌리를 건드리고 그게 움직이면 나무가 죽게 돼 있어요. 잎이 나오기 때문에 뿌리도 같이 활동을 하는 거죠.

◇ 김현정> 뿌리도 막 자라나고 옆에 잔뿌리도 나기 시작한다?

◆박형순> 새로운 뿌리, 잔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그때 뿌리를 건드리면 나무가 죽게 돼 있어요.

◇ 김현정> 이제 이해가 됐어요. 그러니까 4월 5일이면 꽃눈이 틔고 잎이 돋아나면서 잔뿌리도 막 생기기 시작할 그 무렵인데. 그 묘목을 갖다가 땅에 심겠다고 그때 땅에 잔뿌리 떨어지고 이러기 시작하면 이건 오히려 나무를 죽이는 행위, 독이 된다 이런 말씀?

◆ 박형순> 네. 나무가 상하고 죽게 돼 있죠.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그렇군요. 왜 바닷물 같은 경우도 수온이 1도만 변해도 그 지역에 사는 어종이 싹 변한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이 나무도 그렇게 기온이라는 게 중요합니까?

◆박형순> 그렇죠. 예민하죠.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작년 같은 경우도 온난화가 오려고 하니까 엄청나게 가물었잖아요. 그리고 우리나라를 물 좋고 산 좋은 금수강산이라고 했는데 지금 물이 부족한 나라가 됐잖아요. 이런 게 다 온난화, 기온이 다 올라가기 때문이잖아요.

◇ 김현정> 그러면 이렇게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수종도 싹 변할 수 있는 거예요?

◆박형순> 그렇죠, 바뀌죠.

◇ 김현정> 어떻게들 예상하세요, 식물학자들은?

◆박형순> 그러니까 식물 분류로 봤을 때, 가상을 했을 때 2도가 상승했을 때 제주도에 있는 난대수종이 중부지방까지 다 올라오는 거죠.

◇ 김현정>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그 나무들이 중부지방 서울까지?

◆ 박형순> 그렇죠. 그리고 또 가상으로 4도가 올라갈 때는, 바닷가를 중심으로 해서 전부 다 열대수종으로 바뀌게 되는 거죠.

◇ 김현정> 동남아같이요?

◆ 박형순> 네. 대단한 거죠, 기온 상승이라는 게. 그래서 추울 때는 춥고 더울 때는 더워야 되는데 지금 봄이 없어지고 바로 여름으로 들어가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가을 없어지고 바로 겨울로 가고 지금 날씨가 이상해지고 있거든요, 기후가. 그러면 식물학자들이 예상하시기에 우리가 계속 환경 파괴가 돼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열대수림으로 싹 바뀌는 때가 언제쯤 될거라고 보고 계세요?

◆박형순> 글쎄요. 가상으로 봤을 때 2090년대?

◇ 김현정> 2090년이면 얼마 안 남았는데요, 박사님?

◆박형순> 그렇죠. 그때는 가상을 한 시나리오가, 4도가 오를 때는 전부 다 이북까지 열대수종으로 바뀐다는거죠.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이건 좀 충격적이네요. 우리가 온난화를 막아야 된다. 환경이 중요하다, 중요하다 하는 건데. 알겠습니다. 그래서 식목일은 일단 4월 5일 안 된다? 언제로 바꾸는 게 맞다고 보세요?

◆박형순> 3월 25일, 28일 사이. (4월 5일 보다) 일주일 정도, 열흘 정도 당겨서 3월 27일이나 28일 그 정도가 맞을 것 같아요, 지금 보면 웬만한 데는 나무를 거의 심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아무리 못 옮겨도 3월 25일경으로는 옮겨야 맞는다는 말씀이신데요.

◆ 박형순> 네, 3월 25일이나 27일 정도로요.

◇ 김현정> 그런데 제가 이런 주장을 올해 처음 들은 게 아니에요. 사실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런 주장들을 언뜻언뜻 들었는데,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어떤 움직임이 전혀 없었습니까?

◆ 박형순> 법으로 언제로 식목일로 정하자, 그런 걸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 그게 안 되니까 중구난방식으로 이걸 모르거든요.

◇ 김현정> 식목일의 역사성 같은 걸 들어서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 보니까, 결국은 의견이 하나로 수렴 안 되고. 지금 지자체마다 따로따로 나무 심는 날을 따로따로 운영하고 있는 이런 실태인 거군요. 그냥 국가의 식목일은 여전히 4월 5일인 거고. 알겠습니다. 저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북한에도 식목일이 있나요, 박사님?

◆박형순> 그렇죠. 식수절이라고 해서 북한은 3월 2일날로 정했어요.

◇ 김현정> 3월이요. 굉장히 빠르네요. 우리랑 한 달 차이 나네요.

◆ 박형순> 네. 그런데 북한의 식수절이 3월 2일로 정해진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어요. 북한의 식수절은 원래 4월 6일이었거든요. 그런데 1999년 3월 2일로 변경을 했죠.

◇ 김현정> 북한도 이렇게 유연하게 변경했는데 우리도 좀, 우리가 못할 게 있느냐. 민주주의 사회에서. 바꾸자?

◆ 박형순> 네. 나무라는 것은 지금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제일 안전한 건 뭐냐하면요. 해동과 동시에 빨리 심을수록 좋다는 겁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4월 5일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식물학자들의 얘기에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될 것 같고요. 바꿀 게 있다면 과감하게 바꾸는 이런 시도도 있어야겠습니다. 박사님,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박형순>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전 국립산림과학원의 박사세요. 박형순 박사 연결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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