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진·이명행, 과연 공연 가능할까 두려웠다..'보도지침'

이재훈 2016. 3. 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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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연극 보도지침의 배우 이명행(왼쪽)과 송용진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1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연극 보도지침의 배우 이명행(왼쪽)과 송용진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1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연극 보도지침의 배우 이명행(왼쪽)과 송용진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1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연극 보도지침의 배우 송용진(왼쪽), 이명행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1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연극 보도지침의 배우 이명행(왼쪽)과 송용진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1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송용진(40)과 이명행(40)은 대학로에서 '믿고 보는 배우들'로 통한다. 엘에스엠 컴퍼니 이성모 대표가 연극 '보도지침'의 극본이 제대로 나오기도 전에 이들에게 러브콜을 먼저 보낸 이유다.

'보도지침'은 내용만 보면 민감하다. 5공화국 시절 매일 아침 언론사에는 은밀히 전달된 보도지침을 다뤘다. 정부가 언론에 전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기사 작성 시 어떤 내용을 어느 면 어느 위치에 몇 단으로 싣고 제목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세부사항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지난해 연극계 불었던 '검열 논란' 등과 겹쳐지면서 '정치 연극'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송용진과 이명행은 흥행성을 갖춘 배우들이기도 하다. 정치적인 것보다 '새로운 연극적 재미'를 '보도지침'에서 기대하게 되는 까닭이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과 연극 '날 보러 와요' 변정주 연출의 지적이면서 유쾌하고 날 선 연출력도 믿음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송용진은 "처음 배우, 스태프들이 다 만나서 제대로 된 상업극, 코미디극으로 난장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명행 역시 "소재가 무겁지만, 이야기를 어떻게 연극적으로 재기발랄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정치적인 함의를 드러내기보다는 연극적으로 갖는 매력을 꺼내자"는 것이다.

'보도지침'은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삼았다. 당시 보도지침을 참지 못한 몇몇 언론인이 뜻을 같이 해 월간 '말'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사실이 바탕이다. 개중에는 당시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도 있었다. 김 기자는 이 폭로로 인해 재판정에 서고 이후 실형을 구형받게 된다.

연극은 이 재판 과정을 다룬 법정드라마다. 하지만 내용은 상당히 각색됐다. 재판에 연루된 실제인물들 간의 관계와 설정을 연극적으로 꾸몄다.

김 기자에서 모티브를 따온 기자 주혁, '말'을 연상케하는 '독백'의 발행인 정배, 변호사 승욱, 검사 돈결은 모두 대학시절 연극반을 같이 한 절친한 친구다. 가장 진보적이었던 돈결은 보도지침을 폭로한 정배와 승욱을 기소하려 한다. 돈결은 이에 맞선다. 판사 원달은 이들의 대학 스승이자 연극반 선배였다. 법정은 결국 이들 관계의 역사적 집결지다. 블랙코미디와 엄숙함이 깃든 법정 신과 유쾌함과 문제 의식을 갖게 되는 대학 동아리 신을 오가며 긴장과 이완을 조절한다.

뮤지컬 '셜록홈즈'의 '셜록 홈즈', 뮤지컬 '뿌리 깊은 나무'의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며 한글 창제의 비밀을 마주하는 겸사복 '강채윤' 등 사건을 파헤치는 역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송용진은 기자 주혁을 연기한다. 연극 '푸르른 날에'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포화 속에서 '비겁하게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오민호',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냉소적이나 학생들로 인해 삶이 균열을 일으키는 젊은 역사학 교사 '어윈' 등 내적갈등에 휩싸이는 지식인으로 눈도장을 받은 이명행은 변호사 승욱을 맡는다.

이런 자신들의 장기에 현실감각과 상상력을 더해 전혀 다른 색깔의 기자와 변호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송용진은 "실존 인물이 있고 당시 이야기도 많이 전해 들었다. 하지만 완벽히 실화를 재연하는 것이 아니다. 주혁이 왜 기자가 됐는지 밝히는 전사가 나온다.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고문을 겪고 변화하게 된다. 그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상의 인물들이 있기 때문에 주혁이 그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명행은 "캐릭터가 가지는 특이점보다 작품 속에서 다루는 사건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릭터들이 어떤 인물로 성장했나보다는 어떤 말을 전하려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인물이 상황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승욱을 규정하려하기보다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나를 고심 중이다."

결국, 사건보다는 사건의 본질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부분은 "과거의 사건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자라는 의도"라고 송용진이 말했다.

연극적인 재기발랄함을 추구한다지만 세월이 하 수상하니 연극 출연 제안을 수락하면서도 고민이 따랐다. 배우와 스태프 역시 수위 조절에 큰 고민을 했다. 무조건 자극적으로 가기보다 자연스럽게 현실을 반영하기를 바랐다. 단어 하나, 대사 한 줄을 만드는데 난상토론을 하며 2시간이 걸리기도 한 이유다.

송용진은 "이런 작품이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배우로서 평소 들었던 회의감에 대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걱정을 덜게 했다. "배우로서 대단한 의무감이나 책임감은 아니지만, 지난 대선과 총선을 겪으면서 회의감 같은 것이 많이 들었다. 온라인 등에서 보면 현실이 바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더라. '보도지침'은 그런 마음을 내 직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무엇보다 주혁이 최후진술에서 "내가 갇혀 있을 때 첫 딸의 돌이 지났습니다. 신문사 동료들이 돌잔치를 해주었다는군요. 우리 딸이 어른이 됐을 때는 불합리한 재판이 없는 나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말이 와 닿았다. "나 역시 돌이 안 된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그 구절이 많이 심금을 울렸다. 그 부분을 읽고 나서 2016년 모든 공연의 스케줄을 이 연극 중심으로 맞췄다. 캐릭터 상관 없고, 페이도 상관 없으니 출연하겠다고."

지난해 말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을 통해 처음으로 함께 출연하며 송용진과 절친한 사이가 된 이명행도 마찬가지다. "용진이가 이야기한 것이랑 똑같다"고 했다. "둘이 동갑이고 둘 다 유부남이고 애가 있다. 용진이가 말한 느낌을 나 역시 가졌다. 바쁘다고 하면서 (안타까운 현장을) 못 가봤다. 근데 이슈들에 대해서 내 직업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용진의 연극 데뷔작은 '칠수와 만수'다. 1986년 문성근·강신일을 내세워 400여회 공연하는 동안 서울에서만 5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칠수와 만수'를 새롭게 만든 2012년 버전에 출연했다. 1980년대 청년들의 애환을 날카로운 풍자와 웃음으로 풀어내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원조 버전이 폭압적인 군사 정권 아래 청년들의 모습을 다뤘다면, 새 버전은 자본주의 논리 아래 횡행하는 사회의 부조리, 부정부패를 까발렸다.

"'칠수와 만수'는 연극적인 통쾌함이 있었다. 지금과 같이 다양한 미디어 시대에 연극이 그런 역할까지는 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보도지침'을 통해 작은 소리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작품이 현실을 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작품이 망하고 관심을 안 끌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하하."

26일부터 6월19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시어터. 주혁 송용진 김준원, 승욱 이명행 김주완, 돈결 최대훈 에녹, 정배 김대현 안재영, 프로듀서 이성모, 극작 오세혁, 연출 변정주, 조연출 박준영. 러닝타임 110분. 5만원. 엘에스엠컴퍼니 02-2644-4558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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