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인류는 축제를 즐겼다

오태식,이경진,조희영 2016. 3. 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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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5국서 알파고에 석패..'반상의 드라마' 전세계 환호

◆ 막내린 세기의 대결 ◆

<b>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b> <br>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마지막 대국을 앞두고 딸 혜림 양에게서 응원의 뽀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구글]
마지막 판에서도 결국 이세돌이 졌다. 1승4패. 분명 초라한 성적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세돌이 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 역시 인공지능에 무릎 꿇지 않았다. 분명 인공지능이 이겼지만 인간도 이겼고, 이세돌도 이겼다. 바둑도 결코 패하지 않았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마지막 대국 소감을 밝힌 이세돌 9단(33)도 "많은 응원과 격려를 주셔서 깊이 감사하다"며 웃었다. 특히 이세돌은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 어떤지 우리에게 깨우쳐줬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투지 말이다. 대국이 치러진 일주일 동안 '인간계'는 4000년 숨결이 담긴 바둑과 이세돌의 투혼으로 진한 감동을 받았다.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세기의 바둑대결이자 인류의 축제로 남을 것이다.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마지막 대국에는 국내외 취재진과 바둑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몰렸다. 서울에서 열린 축제의 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타전하려 했다. 마지막 대국에서 이세돌과 알파고는 누구의 승리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팽팽히 맞섰다. 이세돌은 유일하게 이겼던 4국 때처럼 '선실리 후타개' 작전으로 나섰다. 알파고는 우변과 중앙에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며 맞섰다. 하지만 접전 끝에 근소한 차이로 알파고에 승리를 다시금 내줬다. 이세돌은 280수 만에 백불계패했다.

분명 바둑 결과만 놓고 보면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다. 알파고는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한 차원 높은 바둑을 보여줬다. 고성능 컴퓨터 1202대가 연결된 알파고는 치밀한 수 읽기, 강한 전투력, '신산(神算)'이라고 불렸던 모든 바둑 고수들이 울고 갈 끝내기 솜씨를 보여줬다. 하지만 인공지능도 인간이 만든 결과물이란 점에서 인간의 승리이기도 하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어렴풋이 그려지던 미래 세계가 훨씬 빨리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미래 세계에서는 인공지능이 다방면에서 활약할 게 분명하다. 또 우리에게 미래에 펼쳐질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보면서 인간적인 가치를 느끼게 했다.

이번 다섯 번 대국을 통해 이 9단이 얻은 건 더 많다. 아마 바둑기사로보다는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3국까지 잇달아 패하면서 인간계는 패배감이 팽배했다. '이세돌의 패배'를 얘기했고, 더 나아가 '바둑의 패배' 그리고 '인간의 패배'란 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세돌만은 "나의 패배이지 인간의 패배는 아니다"고 반발했다. 절망감만 남고 인공지능이 승리할 것 같았던 세기의 대결은 4국에서 '인간의 대반격'으로 모든 게 달라졌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이세돌 9단의 모습에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가슴 먹먹한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첫 승을 거뒀을 때 보여줬던 이세돌의 그 해맑은 웃음에 더 눈물이 났다.

'알사범'은 알파고 9단이 된다. 한국기원이 알파고에 명예 9단 자격을 주기로 했다. 한국기원이 아마추어 명예 단증이 아닌 프로 명예 단증을 주는 것은 알파고가 처음이다. "세계 최강자를 꺾는 실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바둑을 알리는 데 공헌했다"는 게 명예 9단을 수여하는 이유다. 이번 '세기의 대결'에서 바둑은 또 다른 승리자였다.

[오태식 기자 / 이경진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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