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公 '58억 수영장' 이용한 주민은 '0명'
한국거래소,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남부발전 등 6개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이 건물에는 헬스장이 무려 6개나 있어 피트니스센터를 연상케 한다. 공공기관들이 한 건물 안에 너도나도 헬스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스장 하루 평균 이용 인원은 기관별 전체 상주 직원의 10% 정도인 수십 명에 불과하다. 헬스장을 만드는 데는 각각 1억원 안팎이 들었다. 이들이 사전에 협의해 공동 헬스장 한두 개를 만들었다면 그만큼 예산을 줄일 수 있어 예산 낭비와 비효율의 극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매일경제가 전국 공공기관을 취재한 결과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호화 시설을 지어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사업 실패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석유공사는 당초 수영장 건립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울산 중구청의 잇단 요청으로 설계변경까지 하면서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안에 길이 25m, 레인 8개를 갖춘 수영장을 만들었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사회를 외면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수영장을 만들기는 했지만 운영비가 문제였다. 수영장 운영 시 연간 10억원 넘는 적자가 예상되자 차일피일 개장을 미룬 게 1년을 훌쩍 넘겼다.
대구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수영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4년 11월 신사옥을 준공한 한국가스공사는 16억원을 들여 사옥 지하 1층에 길이 25m, 레인 7개를 갖춘 수영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수영장은 신사옥 준공 이후 지금까지 1년 넘게 문이 닫혀 있다. 가스공사는 연간 10억원 넘는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부채비율은 2014년 기준 400%에 육박했다. 경북 김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는 사옥 안에 수영장을 짓다가 포기했다. 역시 연간 5억원 넘는 운영비 부담 때문이었다. 도로공사는 결국 수영장 공사를 중단하고 그 자리를 탁구장으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경남 진주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사옥 안에 5만여 ㎡ 규모 직원 편의시설에 수영장, 체력단련장, 실내체육관 등 과도하게 시설을 갖춰 호화 청사 논란이 일었다. 주택공사는 논란이 거세지자 이 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했으나 이 약속은 8개월째 지켜지지 않고 있다. 수십억 원이 들어간 수영장은 수익성 문제로 아예 문을 열지 않았고 체력단련장 등은 주민 접근이 불가능해 직원만 사용하고 있다.
울산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돈이 없어 체육시설을 운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운영 방안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직무유기"라며 "공공기관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체육시설 건립을 요구한 지자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방만경영 등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데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시설을 개방하든지, 다른 시설로 활용하든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민 기자 / 최승균 기자 /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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