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속富者 유독 많은 한국, '흙수저 세대'가 납득할까
[동아일보]
자산 10억 달러(약 1조1860억 원) 이상 한국의 억만장자 중에서 상속으로 부(富)를 일군 비율이 74.1%로 세계 평균(30.4%)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1996∼2015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의 억만장자 명단을 분석한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상속 억만장자 비율은 67개 국가 중 5위였다. 한국보다 ‘세습 부자’의 비율이 높은 나라는 쿠웨이트, 핀란드, 덴마크,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핀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왕국이다.
PIIE는 신흥국과 선진국을 통틀어 자수성가 부자의 비중이 늘고 상속 부자가 줄어드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분석했다.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는 1996년 44.7%였지만 2001년 정보기술(IT) 붐에 힘입어 58.1%로 역전했다. 그런데도 한국의 상속 부자 비중이 자본주의 역사가 긴 미국(28.9%) 일본(18.5%) 같은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미국에선 헤지펀드 등 금융과 IT 분야 창업으로 당대에 ‘성공신화’를 쓴 신흥부자가 대거 출현해 젊은 세대에게 창업의 꿈을 키워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에서 ‘세습 자본주의’가 굳건해지는 이유를 PIIE는 재벌 중심 경제구조와 자본시장 미성숙,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수성가형 부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성장산업 분야에서 창업해 성공할 만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활발하지 않고, 계층 간 이동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음울한 신호다.
최근 일각에서 거론되는 ‘금수저’ ‘흙수저’ 같은 수저계급론은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답답한 현실을 반영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수입과 일자리의 격차로 이어지면 내부 갈등이 커져 사회통합까지 위협할 수 있다. 창업을 통한 도전과 혁신, 기업가정신이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고 사회 분위기를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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