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0만 지키자] '출산율 꼴찌' 해법찾기, 싱가포르·한국 머리 맞댔다

정종훈 2016. 3. 1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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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장관, 보사연 찾아 협력 논의한국은 일자리 부족, 주택난 탓싱가포르는 여성이 결혼보다 일
조세핀 테오 싱가포르 선임 국무장관이 14일 저출산의 원인·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우리는 공통된 도전(common challenges)을 해야 하네요.” 14일 오후 세종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을 방문한 조세핀 테오(48) 싱가포르 선임 국무장관은 김상호 보건사회연구원장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을 건넸다. 테오 장관은 싱가포르 인구 문제를 담당하며, 김 원장은 한국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총괄 연구하는 보사연의 수장이다. 테오 장관은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자국의 저출산 문제를 풀어 줄 실마리를 한국 전문가들에게서 얻으려 했다.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던 한국과 싱가포르는 출산율 저하라는 공통된 문제를 떠안고 있다. 싱가포르는 합계출산율이 0.8명(2014년·CIA 팩트북)으로 세계 224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도 지난해 합계출산율 1.24명을 기록하면서 2001년 이후 초저출산(1.3명 이하)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패키지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한국은 지난 10년 출산장려에 85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저출산 현상에서 나타나는 양상도 비슷하다. 젊은 층이 결혼을 미루는 만혼(晩婚)은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나친 사교육비 부담도 마찬가지다. 테오 장관은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남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얻길 바라는 거 같다. 한국이나 우리나 성적을 너무 많이 강조하는 건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아이들 사이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사교육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인적 자원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는 양국의 공통점”이라고 응답했다.

테오 장관은 ‘저출산 쌍둥이’인 한국의 정책이 무엇인지,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이날 오전에는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만나 정부 정책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꼼꼼히 질문하기도 했다. 특히 보육 문제와 행복주택 등 주거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이 저출산 해결을 위해 어떤 ‘레시피’를 썼고, 아직 숨겨진 ‘레시피’는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유럽은 우리와 문화가 달라 따라하기 힘들지만 싱가포르와 한국은 같은 문화권이어서 서로 배울 게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인 더스트레이츠타임스 등의 기자 4명은 테오 장관과 동행 취재에 나섰다. “저출산 정책에 신경 썼는데도 왜 출산율이 안 오르나” 등의 날카로운 질문이 보사연 연구진에게 쏟아졌다. 김은정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일·가정 양립과 기업의 보육 지원제도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등 저출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간에는 분명한 차이점도 있었다. 똑같은 만혼 현상에 시달리고 있어도 그 시작점은 달랐다. 한국은 청년 일자리 부족과 높은 주거비용으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고학력 여성의 경력(커리어) 관리가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테오 장관은 “경력을 좀 더 쌓으려는 여성들이 혼기를 놓치고 자신의 수준과 맞는 남성을 찾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상황에 대해서도 “한국보다 훨씬 낫다”고 단언했다. 한국은 자가 비율이 낮고 대부분 전·월세에 거주해 ‘주거 불안정성’이 높은 반면 싱가포르는 신혼부부가 집으로 고민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테오 장관은 “정부 주도의 공공주택 공급과 넉넉한 지원금이 더해져 자가 비율이 90%에 달한다. 또한 공공주택이 전체 가구의 80%를 차지한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테오 장관과 보사연 전문가들이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놓고 두 시간 넘게 머리를 맞댔다. 이어 양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김 원장은 “올 하반기에 양국을 비롯해 홍콩·대만·마카오 등 동아시아 5개 저출산국들이 참여하는 전문가 회의를 열고 대안을 모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테오 장관은 “저출산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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