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사외이사 44%가 검찰-국세청-금감원-공정위 권력기관 출신

조호진 기자 2016. 3.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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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닷컴 10대그룹 사외이사 140명 분석 "문제 많은 기업일수록 권력 기관출신 사외이사 비중 높아"

10대 그룹 사외 이사의 44%가 국세청, 금감원, 공정위, 장·차관 출신이라고 재계 분석기관인 재벌닷컴이 8일 밝혔다.

재벌닷컴은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에서 신규 또는 재선임 예정인 사외 이사는 총 140명"이라며 "이중 44%가 국세청, 금감원, 판·검사, 공정위 등 소위 '권력기관' 출신"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는 IMF 사태 직후인 1999년 사외 이사제를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IMF 사태의 원인으로 재벌 총수의 전횡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도 제시했다. 사외 이사제는 외부에서 총수의 무분별한 확장을 견제하면서, 업계 전문가의 시각을 제시해 경영의 효율성을 돕자는 취지였다.

총수가 있는 기업의 사외 이사 중 권력기관 출신은 국세청 7명, 금감원 6명, 공정위 3명, 판·검사 17명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행정부 고위 관료 출신은 장·차관 16명을 포함해 28명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거친 박재완씨는 삼성전자와 롯데쇼핑의 신규 사외 이사로 제안됐다.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장관(삼성중공업),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장관(GS건설), 윤증현 전기획재정부장관(두산인프라코어), 김경한 전법무부장관(한화생명), 김성호 전법무부장관(오리콤)도 10대그룹 계열사 신규 사외 이사로 영입됐다. 김성진 전(前)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귀남 전(前) 법무부 장관은 삼성증권, GS의 사외 이사로 재선임됐다.

판·검사 출신 중에는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롯데케미칼), 정병두 전춘천지검장(LG유플러스), 노환균 전 대구고검장(현대미포조선),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두산건설), 채동헌 전 춘천지법 부장판사(코스모신소재) 등이 있었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삼성전자와 두산, 문효남 전부산고검장은 삼성화재, 차동민 전 서울지검장은 두산중공업, 노영보 전서울고법 부장판사는 LG, 이석우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대한항공, 석호철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한화테크윈의 사외 이사로 재선임됐다.

국세청 출신으로는 이승호 전부산지방국세청장(현대모비스), 김영기 전국세청 조사국장(현대건설), 채경수 전서울지방국세청장(롯데칠성음료), 김용재 전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한화투자증권) 등이 신규 사외 이사로 선임됐다.

오대식 전서울지방국세청장(SK텔레콤), 김창환 전부산지방국세청장(두산), 박외희 전서울지방국세청 부이사관(현대비앤지스틸)은 재선임됐다.

금감원 출신 중에는 문재우 전 금감원 감사가 호텔신라와 롯데손해보험 신규 사외 이사로 영입됐고, 이장원 전 금감원 부원장과 김윤하 전 금감원 검사국장은 롯데케미칼과 롯데하이마트 사외이사로 새로 올랐다.

공정위 출신으로는 김동수 전공정위 위원장은 두산중공업, 안영호 전공정위 상임위원은 LG화학의 신규 사외 이사로 선임됐고, 황정곤 전 공정위 부이사관은 현대비앤지스틸의 사외 이사에 재선임됐다.

그룹별로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의 비율을 보면 롯데그룹이 올해 신규 또는 재선임한 사외 이사 19명 중 63.2%인 12명을 전직 장관 등 권력기관 출신들로 채워 10대그룹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그룹(61.9%), 두산그룹(61.5%), 현대차그룹(50%), GS그룹(50%)도 올해 신규 또는 재선임한 사외 이사의 절반 이상을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로 채운 반면 SK그룹은 25%로 가장 낮았다.

관료 외에는 교수 출신 사외 이사가 가장 많았다. 교수 출신 사외 이사는 47명으로 전체의 33.6%였다. 재직 대학별로는 서울대(15명), 성균관대(4명), 고려대와 연세대, 한양대(각 3명), 서강대와 중앙대(각 2명)의 순이었다.

작년 기준으로 사외 이사에게 지급되는 평균 보수는 연간 5560만원이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이고, 2곳 혹은 3곳의 사외이사를 겸하면 사장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린다.

이번 140명 중에서 2곳 이상의 회사에서 사외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인사는 39명이나 됐다. 김성호 전법무부장관은 CJ와 오리콤, BNK금융지주 등 3개사 사외이사를 겸직해 가장 많았다. 권도엽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GS건설과 CJ대한통운,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삼성중공업과 SK가스 등 2개사의 사외 이사를 맡고 있다.

허경욱 전기획재정부 차관(삼성생명·GS), 오대식 전서울지방국세청장(SK텔레콤·메리츠금융지주), 노영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LG· 현대중공업), 손병조 전 관세청장(삼성화재·현대정보기술)도 2개사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교수 출신 중에서는 이창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LG전자·AK홀딩스),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롯데쇼핑·LS), 유관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에스원·오리콤) 등이 2곳의 사외 이사를 맡고 있다.

재벌닷컴은 "이사회의록을 보면 사외 이사는 대개 안건에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다"며 "검찰 조사를 받거나 여론의 지탄을 받는 기업일수록 권력기관 출신 사외 이사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본래 취지는 퇴색하고 바람막이 역할에 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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