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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
하지만 지난 2년간 중국의 외화보유액 감소 속도를 보면 왜 중국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2월말 기준 3조2023억 달러로 1월에 비해 약 300억 달러 감소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2011년 12월에 기록한 3조1811억 달러 이후 약 4년 만에 최저치다.
과거 중국의 외환보유액 추이를 살펴보면 2006년 10월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한 뒤 2년 6개월 만인 2009년 4월 2조 달러에 이르렀다. 그리고 2년 후인 2011년 3월에 3조 달러를 넘어섰고, 2014년 6월에 3조9932억 달러로 거의 4조 달러에 육박했다. 외환보유액 증가율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약 8년간 연평균 18.8%에 달했다.
그러나 이렇게 물밀 듯 유입되었던 외국 자금이 2014년 중반 이후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자본유출 규모는 2014년 4000억 달러에서 2015년 1조 달러로 확대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1년 GDP와 맞먹는 금액이 중국에서 불과 2년 새 빠져나간 것이다.
중국에서 외국 자금의 엑소더스(Exodus)가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 때문이다. 2014년 1월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6.05위안 수준이었다. 그러던 위안화 가치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및 금리 인상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급격히 하락했고,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6.50위안으로 2년 만에 무려 6.2%나 절하됐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중국에 투자된 위안화 자산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중국의 실물과 금융시장에 투자된 자금은 위안화 가치 하락과 동시에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된다.
더욱이 헤지펀드로 악명높은 조지 소로스가 최근 위안화의 가치 하락에 베팅하면서 위안화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시장에서는 과거 영국의 파운드화도 굴복시켰던 소로스의 환율 공격을 과연 중국 외환 당국이 방어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
이에 중국 당국은 자국 내 쌓아둔 외환보유고를 사용하여 위안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다. 지난 미국 금리인상을 전후로 약 3개월(2015년 11월~2016년 1월) 동안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달 평균 약 1000억달러씩 감소했고,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4년 6월과 비교해보면 약 8000억달러가 줄어들었다.
최근 투자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은 위안화 가치가 연내 달러당 6.5위안 수준에서 6.8위안으로 하락하고, 최악의 경우 7.5위안 수준까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 원인으로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지목하며 마지노선을 2조8000억달러로 제시했는데, 만약 중국 외환보유고가 이를 하회할 경우 위안화의 투기적 매도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중국 외환 당국이 이러한 상황을 손놓고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중국은 위안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역외 위안화 거래에 참여하는 외국계 은행의 역내 위안화 계좌에도 지급준비금을 쌓도록 요구했다. 즉 외국계 은행으로 하여금 일정 비율 이상의 위안화를 보유하도록 함으로써 위안화 매도를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외국계 자금 유출의 또 다른 이유로 중국의 본격적인 뉴노멀 시대 돌입을 들 수 있다. 최근 중국의 최대 연례행사인 양회에서 중국은 ‘7%대 경제성장’ 곧 ‘바오치(保七)’ 시대를 마감하고 6%대의 중속 성장시대 진입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7.0%라는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중국은 2016년 성장률 목표를 6.5~7%로 설정하면서 이제 고성장시대를 지나 본격적인 ‘뉴노멀(신창타이)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중국이 고성장 시대를 마감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및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증가율이 글로벌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지난해 2월 이후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수출증가율은 1월 –11.2%, 2월 -25.4%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불안에 떠는 외국 투자자들의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외국계 자금의 중국 유출로 이어지고, 위안화 가치 하락은 물론 외환보유고는 추가로 감소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지난 3개월 동안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1달 평균 1000억달러 가량 감소하자 중국 상해 증시는 지난 해 12월 말 3684포인트에서 올해 1월말 2638포인트로 무려 1000포인트가량 급락했다. 또한 중국의 금융불안이 고조되면서 홍콩 증시는 물론 일본 증시까지 연이어 급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만약 중국으로부터 외국 자금 이탈이 심화되고 중국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면,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결코 무사할 수 없다. 중국발 외국계 자본 유출은 결국 중국을 넘어 우리나라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11월에서 1월까지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며 이 기간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무려 7.7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나마 3월 들어 중국의 금융 불안이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지만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어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향후 중국외환보유고의 마지노선이 무너진다면 그 충격은 지난 1~2월에 경험했던 것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무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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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