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間의 도전..아름다운 승리

이경진,조희영 2016. 3. 13. 21: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세돌 4局서 180수만에 알파고에 불계승'1분 초읽기' 한번 남은 위기서 냉정함 지켜

◆ 마침내 인간이 이겼다 ◆

인간 이세돌은 위대했다. 바둑 천재는 집념을 버리지 않고 도전한 끝에 마침내 빛나는 1승을 거머쥐었다.

백을 쥔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네 번째 대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을 거뒀다. 3연패 후 거둔 신승이기에 더 값졌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대국장 내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기원 관계자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사방에서 "이세돌" "이세돌"을 연호했다. 환희와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세돌 9단은 4국을 마친 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승리"라며 "3연패를 당한 뒤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 없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9단은 이미 1~3국에서 알파고에 패하면서 5판3승제인 이번 매치 패배를 전날 확정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뜻깊은 결과를 이뤄냈다. 특히 초읽기에 들어가서도 단 한순간 방심하지 않고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했다.

'1대1202'의 외롭고 지난한 싸움에서 이세돌 9단은 소중한 1승을 챙겼다. 21세기 기계와 인간의 대결에서 첫 '인간 승리'로 기록될 만하다.

이세돌은 두 귀를 점령하고 좌우변에 집을 마련해 실리 작전을 펼쳤다. 알파고는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들면서 이 9단을 압박했다. 승부처는 중앙이었는데, 이 9단은 중앙 삭감을 하면서 알파고 집 안에서 수를 내려고 했다. 이 순간 알파고가 우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해 손해를 봤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이 9단이 중앙에 묘수를 내지르며 승기를 잡았다. 알파고는 이 9단의 '한 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의문스러운 수를 계속 뒀다. 순식간에 형세는 이 9단 쪽으로 역전됐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의 미숙한 대응을 자신의 트위터에 기록하며 "실수(mistake)"라고 언급했다. 그는 "70%였던 승률이 50% 이하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알파고는 이후에도 알 수 없는 수를 두며 반격에 나섰지만 승리의 여신은 이 9단 쪽을 향해 미소 짓기 시작했다. 그의 미소를 보게 되다니 길지 않은 며칠 사이였건만 반갑기 그지없었다. 대국 시작 3시간이 경과하자 해설위원은 이 9단 승리를 조심스럽게 예상하기 시작했다.

1초당 10만가지 수를 계산한다던 알파고는 이후 30수를 더 뒀지만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나오지 않자 이 9단의 180수 직후 돌을 거뒀다.

계산된 기계이기에 '연결의 묘미'라 불리는 수순의 묘가 없었고, 비관적 상황에 몰렸을 때 '아름답게 지는 법'을 알지 못했을 것이란 바둑계 의견이 적중한 대국이었다. 결코 순탄한 승리는 아니었다. 이 9단은 알파고보다 70분 먼저 초읽기에 돌입했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고 승리를 일궜다. 허사비스 CEO는 "이세돌이 얼마나 굉장한 바둑기사인지 잘 알게 됐다. 오늘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매우 버거운 상대였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전날 "죄송하다"던 이 9단이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이경진 기자 / 조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