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제로' 포기한 일본, 경제 실리 택했다
◆ 원전과 함께하는 미래 50년 ① ◆
마침내 일본은 2014년 4월 각료회의에서 전체 전기 공급 가운데 원전 비중을 최소 2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4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원전 신규제 기준'에 따라 안전 대책이 완료된 원전을 순차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가고시마현 센다이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차례로 원전을 다시 재가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고 후 올스톱됐던 신규 원전 추진계획도 하나씩 다시 살아나고 있다. 사고로 중지됐던 9개 신규 원전 추진 계획도 2곳은 용지 매입이 끝났고 4곳은 건설 허가 절차가 완료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이 다시 원전 가동을 시작한 가장 큰 원인은 2배 이상 늘어난 연료비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원전 가동 중지로 화력발전량이 늘면서 연료 수입도 함께 늘었고 2010년 3조6000억엔이던 일본의 총 연료비 부담은 원전 제로에 들어선 2013년에는 7조2000억엔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19.4% 올랐고 산업용 전기는 28.4% 인상됐다.
연료 수입 증가로 무역수지 적자폭도 커졌다. 원전이 멈춰 있던 2013년 일본의 총 수입액은 81조2000억엔으로 전년 대비 14.9%가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9.5%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본이 원전 재가동을 결정한 데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도 한 역할을 했다. 일본 정부는 부처 간 협의를 거쳐 5월까지 온난화 대책 계획을 의결할 예정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발전 부문에서의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2030년까지 20%로 늘리기로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은 원전뿐이라는 게 일본 정부의 결론인 셈이다.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근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실장은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피해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원전을 재가동하게 된 것은 경제적인 측면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보유한 자원도 없고 경제성장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서 원전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보유한 장점들 때문에 원전을 유지해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동철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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