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한, 예능보다 연기가 천직인 '꾸준한' 이 배우 [인터뷰]

연휘선 기자 2016. 3. 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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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한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배우들의 예능 출연이 비일비재한 요즘, 이규한은 시류를 탈 줄 아는 영리한 배우다. 하지만 그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곳은 예능이 아닌 연기다.

이규한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연출 최문석)에서 백석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극중 백석은 기억을 잃은 도해강(본명 독고온기, 김현주)을 자신의 첫사랑 독고용기(김현주)로 착각했으나 점차 진심으로 해강에게 빠져들어 순정을 다 바쳤다. 해강이 남편이었던 최진언(지진희)만을 사랑하는 와중에도 백석의 짝사랑은 끝이 없었다. 해강은 그런 백석을 가리켜 암흑 속 먼 바다의 선원들을 지켜주는 '등대'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이규한은 이렇듯 등대가 되기 위해 감성의 절제를 표현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백석의 역할은 해강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가 증오를 떨치고 진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그의 순수성을 치유하고 감성의 회복을 돕는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규한은 해강이 기억을 잃고 독고용기로 살던 시절의 모습이 진언과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줄 수 있도록 힘썼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규한은 짝사랑의 애잔함을 위해 "눈물을 흘리기 보다는 눈물을 참고 지킬 때"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해강을 미련 없이 진언에게 보내고 새 출발을 암시하는 결말에 대해서도 "보내줌의 미덕"을 보여주고자 했다.

백석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했음에도 오히려 이런 이규한의 연기톤이 시청자들에게 외사랑의 무게감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했다. 이는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깊은 감성을 이규한이 잘 감당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제 본인이 백석처럼 진한 사랑을 했다면 감성 소모에 지쳐 잠시 사랑을 쉬고 싶었을 것이라고 할 만큼 쉽지만은 않은 캐릭터가 백석이었다.

이처럼 진한 감성으로 맹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규한은 자신의 캐릭터인 백석을 당당하게 "서브"라고 칭했다.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를 자신의 연기력이 아닌 캐릭터 자체가 가진 힘이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백석은 대부분의 남자 배우들이 하고 싶어 했을 것이라며 자신이 아니었어도 평균 이상의 매력적인 남성으로 그려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애인있어요' 폐인을 자처한 마니아 층에게 '진짜 등대가 나타났다'며 사랑 받은 이규한에게는 다소 칭찬이 부족한 말이다. 이규한이 백석을 묵묵히 뒤에서 지켜주는 등대이지만 목석 같지는 않은 캐릭터라고 분석했기에 더욱 겸손한 발언이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리얼리티 예능에서 자신감 넘치고 활달하게 묘사된 그의 이미지와도 달랐다.

이규한은 숱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예능인에 버금가는 연기자 캐릭터로 묘사된 것과 달리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갖고 있었다. 그는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진짜 사나이', KBS2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제 일은 확실히 배우"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처음 예능에 도전할 때는 반신반의 했고 예능을 연기처럼 확실한 자신의 일이라고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이 출연한 자리가 그와 같은 배우들을 비롯해 다양한 코미디언과 예능인의 '밥그릇'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대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규한은 예능 안에서 본업인 연기에 대한 열망과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다. 그는 예능에서 인지도를 얻어 '애인있어요'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던 것에 고마움을 갖고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배우의 예능 출연이 일회성으로 이미지를 소모하고 끝날 수 있는 것을 우려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본업인 연기로 일정 궤도에 올랐을 때 예능과 연기 모두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확실히 자기 분야의 선두에 있어야 잠깐의 예능 출연으로도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스포츠 스타든 연예인이든 스타들이 예능에 잠깐만 나와도 재미 있게 느껴지지 않나. 저 역시 배우로서 연기의 선두를 달릴 때 작품에서나 예능에서나 시청자나 제작진의 기대치에 제대로 보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연기의 선두를 꿈꾸는 이규한에게 진정한 배우는 어떤 존재일까. 이에 대해 이규한은 "꾸준히 많이 연기하고 자기 몫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장에서 자신 뿐만이 아니라 스태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직분에 충실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배우가 잘하는 것만 칭찬 받는 것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특히 그는 배우가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 게 배우로서 제 몫을 다하는 것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배우라면 굳이 제 몫을 다한 것에 대해 어깨를 으쓱할 필요가 있나"라며 다소 스스로를 향한 칭찬에 인색하다 싶을 정도로 겸손과 완고함을 갖추고 있었다.

연기의 꾸준함과 자기 몫에 대한 이규한의 집념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미 증명되고 있었다. 이규한은 단역을 거쳐 지난 2005년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김선아)의 전 연인 민현우 역으로 얼굴을 알린 이래 매년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를 만났다. 그리고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매 작품 아쉽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런 이규한이기에 예능에서 자신을 내려놓는 일을 잠시 쉬는 것은 가능할지라도 작품 안에서 캐릭터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예능은 쉬어도 연기는 꾸준할 배우 이규한의 다음 행보를 기대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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