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 "나를 내려놓기까지, 외로웠던 나날들"(인터뷰①)

장아름 기자 2016. 3.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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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배우 심은경이 데뷔 후 첫 스릴러 장르 영화에 도전했다. 평소 스릴러 장르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꼭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차에 스릴러 영화 '널 기다리며' 시나리오가 품에 안겼다. 극 중 희주라는 캐릭터는 심은경에게도 생경한 인물로 다가왔다. 순수하지만 내면에 괴물을 간직한 아이. 쉽지 않을 도전이었지만 선과 악이 명백하게 공존하는, 이전 연기와는 다른 패턴의 결을 지닌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희주라는 캐릭터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도 지금까지 여전히 고민으로 남았다.

"처음에는 희주라는 인물이 남자 캐릭터였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이미 캐릭터 자체가 많이 바뀌어 있던 상태였는데 지금 완성된 영화는 주인공의 내면적인 감성을 더 보여주고 있다면, 이전에는 연쇄살인범 기범(김성오 분)과 주인공의 대결 구도가 더 강했었다고 해요. 분명 그전에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복잡했기 때문에 톤을 어떻게 잡고 가야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공감하긴 어려웠지만 독창성이 돋보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에 마음이 움직여졌던 것도 사실이에요."

배우 심은경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널 기다리며' 인터뷰에서 극 중 희주 캐릭터를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희주는 어린 시절 형사인 아버지의 죽음과 마주한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지능이 다소 부족하지만 아버지 동료 형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 경찰서 한켠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직접 뜨개질을 한 리본을 형사들에게도 달아주기도 하는 등 맑고 사랑스러운 아이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내면에 아버지를 해친 연쇄살인범 기범에 대한 복수심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철학 명언과 범죄 파일을 수집해 방 전체를 도배하는 등 남들과는 다른 세계관을 지니기도 했다.

"제가 복수라는 걸 평소에 꿈꿔왔던 사람도 아니고 그런 복수심을 품어온 사람의 심경을 표현한다는 게 어렵더라고요. '왜 마지막까지 이 친구가 이렇게 가려고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희주가 갖고 있는 내면의 다양성이 너무나 복잡해서 제가 한 것이 최선의 연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지,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되더라고요. 희주의 이중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이것을 연기하면서도 옳은 것인지 계속 자신이 없었어요."

배우 심은경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널 기다리며' 인터뷰에서 평소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심은경은 희주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가장 신경 썼던 연기에 대해 "철학 명언 대사"라고 언급했다. 대사가 문어체였던 만큼, 관객들에게 매끄럽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후시 녹음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지만 선배 연기자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진 않았다고 했다. "세상에 선 혹은 악 밖에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누구에게나 이중성이 있을 것"이라며 "왜 열일곱 살의 아이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문을 던져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영화 '렛미인'을 참고 했었어요. 소녀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지만 혐오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잖아요. 공감을 하고 마음이 아파오는 느낌을 받는데 희주도 그런 인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고민이 많았는데 왜 지금 이 영화에 출연했느냐고요? 시기나 시선을 의식한 것은 아니에요. 뭔가 억지로 의식을 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기존 이미지를 억지로 탈피하려고 하지 않으려 했거든요. 그런데 특정 이미지가 남으면 또 어떤가요? 앞으로 기회는 많은데."

배우 심은경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널 기다리며'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부담감을 내려놓기 위한 시간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심은경은 영화 '써니'와 '수상한 그녀' 등으로 '최연소 흥행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올해 23세인 나이, 다소 주위의 기대가 버겁지는 않았을까. 의외로 "이전에는 대중의 시선도 많이 의식하고 정상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그런 생각이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하는가 갈등이 많았지만 지금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 담담히 가려 한다"는 의연한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이를 두고 "시행착오였다"고 하면서 "내려놓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었지만 외로운 시간을 지나 이젠 나 자신을 지키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이전엔 내려놓는 것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너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상을 두 번 받고 나니까 이후에 저를 더 몰아부치게 되더라고요. 못할 수도 있는 건데 실수가 용납이 안 됐고 최근까지 그게 이어졌어요. 요즘엔 여행도 다녀오고 다른 영화도 많이 보면서 내가 진짜 뭘 좋아하는지 마주하게 됐어요. 정말 초심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해요. 앞으로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 기억되기 보다 작품 속 캐릭터를 떠올려주시면 더 감사할 것 같아요. 그만큼 배우에게 최고의 칭찬은 없을 걸요?"

배우 심은경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널 기다리며' 인터뷰에서 향후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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