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뉴스] KBS의 분풀이 보도 계획 사실인가요?

조아름 2016. 3. 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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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여심을 사로잡으며 지상파 미니시리즈로선 근래 보기 드물게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침체 분위기가 떠돌던 KBS 드라마국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국을 달구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최근 벌어졌습니다. 지난 10일 ‘태양의 후예’를 기획한 함영훈 책임프로듀서(CP)가 같은 드라마국 소속 전창근, 김진원 PD와 함께 동시에 사표를 냈고, 이들이 종합편성채널(종편) JTBC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세 PD 모두 최근 연출을 맡은 작품들에서 안정적인 시청률과 완성도를 이끌어냈던 터라 KBS 내부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이들의 사직보다 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KBS가 보도국 내에 JTBC를 공격할 목적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는, 공영방송 KBS의 내부 조처라고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새노조는 “PD들의 사표 소식에 KBS 보도국 기자 5~6명이 주축이 된 TF가 구성됐고 이들은 JTBC에 대한 보복 취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11일 KBS는 “어떤 사안이든 보도국의 취재와 관련된 일은 회사 기밀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만 밝혔습니다. 결국 새노조의 TF 구성 주장이 설득력을 더 얻은 꼴이 됐습니다.

지난 2일 취임 100일을 맞은 고대영 KBS 사장은 세 PD의 사표 소식을 보고 받은 뒤 격노했다고 전해집니다. KBS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고 사장은 PD들의 사표 소식 그 자체보다 이적 대상으로 알려진 JTBC에 대해 특히 분개했다고 합니다. 고 사장이 “JTBC가 KBS의 귀중한 인적자원을 빼내간 것은 (동종 업계로서의) 상도의를 어긴 것 아니냐”며 노발대발했다는 겁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누가 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로 구성이 됐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고 사장이 ‘상도의’까지 운운하며 JTBC를 비난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드라마국과 크게 관련도 없는 보도국이 TF를 만들었다면 자발적으로 이뤄진 일은 아닐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새노조는 정지환 보도국장과 김인영 보도본부장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TF의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새노조 관계자는 “보도국 간부들이 보내온 유일한 답변은 ‘노조와의 만남을 거부한다’였다”며 “이들로부터 수 차례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수년 간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남은 사람들로선 이들이 동종업계 경쟁사로 이동한다 소식에 씁쓸함 내지는 배신감까지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간부들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다분히 사적인 감정이 공영방송 보도국이란 공적 영역으로 확대됐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KBS는 비판을 비켜갈 수 없어 보입니다.

예능ㆍ드라마 등 일반 프로그램은 물론 지상파 최후의 보루라 여겨졌던 보도 영역에서마저 지상파의 신뢰도와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이제 방송가에서 새삼스러운 사실도 아닙니다. 일부 오락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뉴스 신뢰도 등에서 지상파 3사는 JTBC에 선두 자리를 물려준 지도 오랩니다. 설사 보도국 TF가 JTBC를 흠집 낸 보도를 한다고 해도 과연 시청자들이 이를 신뢰할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지상파의 뉴스 신뢰도를 더 깎아먹는 자충수가 될지 우려도 됩니다. KBS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어린 아이 같은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실력 있는 수 많은 PD들이 왜 KBS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차분히 돌이켜봐야 할 때입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 '태양의 후예' CP도 떠난다... KBS 어쩌나(http://hankookilbo.com/v/f70f1a8f78c14c1c90b503ff5469c989)

최근 사표를 던진 KBS 드라마국 PD들. 왼쪽부터 함영훈, 전창근, 김진원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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