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삼성전자, '1표 주주 때문에..주총시간 '3시간 22분'

오동희 기자 2016. 3. 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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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표로 무모한 반대에 여타 주주들 비난 쏟아지기도..권오현 의장, 인내심 갖고 주주에 귀 기울여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1표로 무모한 반대에 여타 주주들 비난 쏟아지기도…권오현 의장, 인내심 갖고 주주에 귀 기울여]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이사회 의장이 10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47차 주주총회'에서 주총 안건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오동희 기자

삼성전자가 주주중심의 주총을 진행하면서 '1표'를 가진 주주의 의견도 귀담아듣고 반영하는 '주총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는 꼬박 3시간 22분이 걸렸다.

11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47차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권오현 부회장(CEO)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각각 1주씩 가진 주주 서너명이 회사 측이 제안한 주총 안건마다 사사건건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표결을 할 것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주변의 다른 주주들은 이들에게 비난을 쏟아붓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이날 9시부터 시작된 주주총회에서 개회선언과 출석주주 및 주식수 보고에 이어 의장인사 및 부문별 경영현황 설명, 감사보고와 영업보고에 이은 회의 목적사항 의결 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주의 반대로 송광수 사외이사와 박재완 사외이사, 신종균 사내이사,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4차례의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권 부회장은 사내외 이사의 선임을 반대하는 주주의 설명을 듣고 "충분히 반대의견을 존중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할테니 반대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권 부회장이 '반대의사 철회'를 당부한 이유는 이미 상당수 주주들로부터 찬성 의결권을 위임받은 사안이어서 기관투자가가 아닌 일부 소액주주들이 반대를 하더라도 투표의 결과는 자명해 투표를 하는 것이 시간 낭비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후 진행된 투표 결과에 뚜렷이 나타났다. 4건의 투표 과정에서 대부분의 안건에 대해 찬성이 96~99.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마지막 표결 안건이었던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경우, 삼성전자 주식 1주를 가진 주주의 요구로 결국 또 다시 찬반 투표에 들어갔으나, 결과는 9232만 여주 가운데 99.7%가 찬성했다.

반면 사전에 의결권 위임을 통해 반대한 31만여주를 제외하고, 현장에서 반대의사를 표시한 주식은 단 '1표'였다.

지속적으로 주총에서 반대의사를 표현한 일명 마스크맨(이모씨, 49세)의 투표 요구에 주총은 3시간 22분 가량 소요됐지만, 권 부회장은 주주 한명 한명의 의견을 빠트리지 않고 들었다. 또 과거와 달리 상황을 빠르게 덮으려 하기 보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1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47차 주주총회'에서 '1표'를 가진 삼성전자의 한 주주가 사외이사 선임건 등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찬반투표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오동희 기자

이모 주주가 송광수 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이유로 김앤장에 근무하면서 삼성전자와의 이익충돌이 있었다고 주장하자, 송 이사가 해당 법률사무소에서 삼성전자와 관련된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삼성이 재단으로 있는 학교의 교수가 사외이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성균관대 교수의 임용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은 오후 12시 22분경까지 3시간 22분이 걸리기는 했지만, 삼성전자의 변화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듯했다. 권 부회장은 아무리 적은 주식 수라도 주주의 목소리를 듣고, 무리 없이 능숙하게 주총을 진행했다.

주총이 끝난 직후 이인호 사외이사는 머니투데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변화된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총이 끝난 후 주요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이모 주주에게 "안건마다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투표를 요구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으나 그는 "다른 이유는 없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싶지도 않다"며 자리를 떴다.

그가 1표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있다고 답했다면, 결과가 뻔한 투표로 이어진 3시간 22분의 시간이 무의미하지는 않았을 듯하다.

오동희 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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