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2016] 3시간 끈 삼성전자 주총..이사 선임 두고 이례적인 표결 이어져

한동희 기자 2016. 3. 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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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에 부칩시다!"

오전 10시 47분, 삼성전자의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2명의 주주가 벌떡 일어나 손을 연거푸 들며 이렇게 외쳤다. 이날 상정된 안건 중 하나인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사외이사 재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이었다.

이 주주들은 송 후보의 김&장 로펌 근무 이력을 문제삼았다. 한 주주는 "김&장이 삼성전자의 법률 자문을 하고, 경쟁사인 소니와 LG전자의 법률 자문도 겸하고 있다"며 "송 후보의 역량이나 전문성을 떠나서 삼성전자에 쓴 소리를 할 수 있는지 의심되며 사외이사의 중요한 가치인 독립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는 "송 후보가 삼성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지 않다"며 "그런 논리라면 삼성전자는 경쟁사 애플과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니 부디 반대 의견을 철회해달라"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사내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안건을 전자표결에 부쳤고, 주총장에서 총 4명의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송 후보 재선임에 대한 안건은 오전 11시 12분쯤 원안대로 가결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 47기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하지만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안건 통과에는 진통을 겪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주총은 12시 24분에 끝을 맺었다. 다른 대기업의 주주총회가 통상 20~30분안에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길었고, 1시간 30분여간 진행된 지난해 주총보다도 오래 끈 것이다.

송광수 사외이사에 이어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건에서도 난항은 계속됐다. 앞서 문제제기를 한 주주는 "성균관대가 기업과 유착이 많은 학교"라고 주장하며 사외이사에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후보 선임에 대해서 찬성하는 주주들이 "주주들의 시간을 뺏지 말아달라"며 반대 의견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안건은 결국 또 표결에 부쳐졌고 10여분후 원안대로 가결됐다.

사내이사 재선임 과정에서도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제일 먼저 상정된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 대표이사(사장) 재선임건은 일부 주주들이 이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재선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시간을 고려해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원안대로 가결됐다.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대표이사(사장) 재선임도 또다시 표결에 들어갔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는 신종균 사장을 최근 실적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신 사장은 10여분의 표결을 거쳐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은 별다른 반대의견 없이 무난히 통과됐다.

이사진들의 보수한도 승인도 걸림돌에 부딪히며 18분에 걸친 표결 끝에 원안대로 가결됐다. 삼성전자의 한도승인 요청액은 390억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사외이사의 자격을 문제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열린 46기 주주총회에서도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의 연임안을 두고 "사외이사가 자격이 있는지 적정성을 따져야 한다"며 "평가 기준을 공개하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이 과정에서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과 주주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효율성을 높여 내실을 다지고 적극적인 개방 혁신(open innovation)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놓았다.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 한 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어려운 경영여건이 계속됐지만, 주주들의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글로벌 전자업계 선두자리를 유지했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존경쟁력을 확보하고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총에는 4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감사의 의미로 주주들에게 아티제 케이크를 선물로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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