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 큰 고대도시에 누가 살았을까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2016. 3. 1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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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터키 에페수스

중심도로 주변으로는 어딘가에서 떨어져 나온 돌기둥과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돌문이 서 있다. 원형극장과 도서관, 은행, 시장, 공중화장실, 목욕탕, 사창가도 있다. 이 큰 도시에는 누가 살았을까. 사실과 상상이 콜라보를 이루는 에페수스로 떠나보자.

에페수스

◆ 에페수스(Ephesus)

터키 에페수스는 기원전 10세기쯤 그리스인들과 이오니아인들이 세운 도시다. 신약성서의 ‘에베소서’는 이곳에 있던 교회에 사도 바울이 보낸 편지문이다. 그리스와 로마 유적이 남아 있는 에페수스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에페수스를 설명하는 가이드나 지역의 여행업 종사자들은 유적의 복원이 15%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복원’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 속으로 ‘에이, 순 뻥!’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드러난 유적의 규모가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이다. 에페수스 유적에는 양쪽으로 두군데 출입구가 있는데 아고라 쪽으로 들어오면 처음에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원형극장이 있긴 하지만 그리 대단한 규모가 아니고 도시가 전면에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실은 반대편에 대형 원형극장이 있고, 처음 접한 이것은 ‘오데온’(Odeon)이라 하여 소규모 공연장 역할을 했던 장소다. ‘소규모’라 하는 이것은 최대 2000명을 수용한 그저 ‘소규모 공연장’ 일 뿐이다. 헤라클래스 문을 지나며 길이 ‘ㄱ’자로 꺾이고 드디어 어마어마한 도시가 펼쳐진다.

에페수스는 원래 바닷가 마을이었다. 지금은 해안선이 서쪽으로 멀어져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완만한 언덕을 이루는 도시의 모습을 따라 놓인 도로를 보면 바다에 배를 정박하고 길을 따라 올라오던 어부, 그리스나 로마의 해군, 또는 어떤 방문자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도시 아래쪽의 길 양 옆으로는 집들이 늘어서 있다. 이를 ‘테라스 집’이라고 하는데, 계단식으로 지어져 집이 길에서 멀수록 높다. 길가의 집들은 도시 부유층이나 귀족들이 살던 집으로 정원에 아름다운 조각품을 놓고, 바닥을 타일로 장식하고, 수로를 끌어들여 집 안에 목욕탕을 만들었을 정도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전성기가 2~4세기인데 7세기까지 집주인이 있었다고 한다.

도시 한쪽에는 TV나 영화에서 봤던 공중화장실과 공중목욕탕도 있다. 화장실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중앙에 청동으로 된 동상을 놓고 대리석 기둥과 대리석 변기를 설치했다. 바닥은 모자이크로 멋을 냈다. 결코 은밀한 장소가 아니다. 장소가 주는 사회성마저 느껴져서 "이따가 화장실에서 만날까?"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이 화장실은 남자들만 사용했고 이용료를 냈다고 하니 도대체 여자들은 어디 가서 일을 해결했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도서관도 있고 시장도 있고 극장도 있다. 다른 유적에서도 봤을 만한 풍경이다. 다만 규모가 기존에 경험했던 원형극장이나 도서관보다 엄청 크다. 특히 셀수스 도서관은 에페수스 유적의 자랑이자 대표적인 볼거리다. 또 스테이트 아고라는 4세기까지 공동묘지였다고 하는데 이후 선거, 모임, 집회 등 일련의 정치활동을 했던 ‘시민의 장’이 됐다. 

정치의 장뿐 아니라 사채업자와 은행가가 돈을 교환하는 장소도 있고 사창가 또한 존재한다. 바닥에 하트와 발바닥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발 사이즈로 손님을 제한했다는 뜻이다. 이것을 광고업계에서는 인류 최초의 광고물이라고도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로 알려진 승리의 여신 ‘니케’(NIKE)의 부조물도 보고 가자. 길가에 버려진 듯 보이는 부조물이라 지나치기 쉽지만 미리 ‘공부’를 하고 온 여행자들로 이 앞은 혼잡하다. 이 조각에서 나이키브랜드 로고의 구도와 역동성이라는 묘한 공통점을 발견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어쨌든 니케 여신은 상당히 또렷하고 선명하게 길가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셀수스 도서관
원형극장

원형극장은 짐작한 대로 압도적이다. 총 높이 18m에 단이 22개로 이뤄져 가장 높은 곳에 서면 아래 무대가 까마득하다. 전망대라도 올라온 듯 극장 바깥 쪽으로 아고라와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건너편 산까지 보인다. 작은 소리로 말해도 객석 끝까지 잘 들린다는 로마극장의 과학적인 설계는 이미 잘 알려졌다. 여행자들은 이 극장에서 하나같이 노래자랑을 벌인다. 여기 잠깐 앉아 있으면 각 나라의 노래를 다 들어볼 수 있을 정도다. 물론 한국의 아리랑도 포함된다. 수용인원은 약 2만5000명. 앞서 본 오데온이 ‘소규모’ 공연장이라는 점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아르테미스 신전(Temple of Artemis)

에페수스 유적에서 4㎞ 떨어진 곳에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다. 미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순결의 여신이며 달의 여신이기도 하다. 원칙을 지키는, 강하고 매정하지만 약자에게 자비를 베푸는 여신으로 그리스 신화에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고대에 이 지역에서 아르테미스 신앙이 퍼져 인구 20만의 도시로 번성했고 지금까지 사랑과 추앙을 받고 있다. 아르테미스 신전은 고대 7대 불가사의로 기록됐고, 아직도 순례자가 찾아온다. 2200년 전 그리스인 안티파테르는 "아르테미스 신전에 비하니 다른 건축물들은 빛을 잃는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유적을 찾아가보면 생각보다 허무하다. 신전 터만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폐허가 됐기 때문이다. 이 신전은 알렉산더 대왕의 탄생일에 헤로스트라토스가 저지른 방화에 의해 파괴됐고, 이후 크리스천들이 신전의 돌들로 에베소 교회를 건축했다.

토착 신앙민의 입장에서는 다소 과격한 방법의 교회 건축이다. 뿐만 아니라 건축자재 자체가 변형되고 다른 곳에 사용되면서 복원이 불가능해졌다. 그러니 크리스천에게 가졌을 적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성모 마리아의 집(House of the Virgin Mary)

한편 또 다른 성격의 순례지가 있다. 바로 성모 마리아의 집이다. 이곳은 예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곳이다. 대단한 볼거리가 있지는 않지만 순례자의 발길은 이곳을 향해 긴 줄을 만든다. 세계 각국의 말로 번역된 안내판을 지나 올리브 나무 길을 따라가면 지금은 작은 가톨릭 성당이 된 집이 있다. 내부에는 성모마리아 상이 있고, 사진촬영이 철저히 금지돼 집 바깥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자들의 무리를 만나게 된다.

성모마리아의집

마리아의 집은 복원된 부분과 원래 있던 부분을 구분하기 위해 붉은 줄로 칠을 해놓았다. 주변에는 성수가 나오는 우물이 있고 사람들의 기도를 적은 종이가 벽을 하얗게 덮었다. 물론 이 집이 정말 성모 마리아의 집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의 마음은 한가지일 것이다. 그들의 기도가 선하고 정의로운 것이기를, 그리고 그 기도가 이뤄지기를….

여행을 할수록 소원은 단순해진다. 오늘도 이 땅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고통받지 않고 건강과 평화를 누리기를 기도한다.

[여행 정보]

한국에서 터키 에페수스 가는 법
1. 한국-터키: 한국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있다.
2. 터키 이스탄불 - 이즈미르 - 셀축
이스탄불에서 에페수스로 가기 위해선 에페수스 여행의 거점이 되는 셀축으로 가서 숙소를 정한다. 셀축으로 가기 위해 이즈미르에서 환승한다. 이스탄불에 이즈미르로 가는 항공과 버스편이 있다.
3. 셀축 - 에페수스 가는 방법
- 셀축 터미널에서 미니버스(돌무쉬)를 타고 에페수스까지 간다.
- 숙소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을 이용한다.
- 택시 이용
- 1일 투어

환율: 1리라 = 약 418원

Ephesus (영어)
http://www.ephesus.us/

이즈미르에서 에페수스 투어(셀축에 가지 않고 이즈미르에 숙소를 잡는 경우)
투어 요금: 시간, 여행 옵션(보는 장소), 인원수에 따라 가격대가 다양하다. 10명 이상의 단체투어일 경우 약 50달러에서 개인 가이드일 경우 200달러가 넘는 상품도 있다.
(구글에서 Ephesus tour 검색)

● 숙박
Ayasoluk hotel: 마치 에페수스 유적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듯한 느낌의 부띠크 호텔이다. 로컬 아티스트의 벽화와 무너진 유적을 붉은 벽돌로 복원한 것 같은 벽, 수영장과 현대식 시설의 조화가 이채롭다.
http://www.ayasolukhotel.com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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