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에 대한 3가지 의문점.. ① 창의적 승부수도 가능? ② 직관에서도 앞선다? ③ 실수는 의도된 것인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9, 10일 대국 결과를 두고 많은 바둑 전문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승리를 자신하던 이 9단이 2연패한 탓도 있지만 알파고의 기력이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9단급 실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알파고는 인간의 강점이라던 직관력과 창의력이 발휘되는 초반 포석에서 오히려 이 9단을 앞섰다. 성능이 크게 향상된 알파고는 3가지 의문점을 낳고 있다.
①창의적인 수도 둔다?
대국 전 전망은 창의적인 수에서는 인간이 앞설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뤘다. 보통 인간은 정석을 지키면서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창의적인 수로 상대를 흔든다. 이 9단은 평소 초반 포석에는 약점을 보이지만 후반 이 같은 수로 전세를 뒤집는 스타일이다. 2차전인 10일 알파고는 기존 화점에 충실하던 포석에서 3수째부터 변칙수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알파고는 초반 우하귀에서 정석 플레이를 하다 갑자기 상변에 돌을 놓았다. 인간의 바둑에서는 볼 수 없는 변칙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승부를 종잡을 수 없었던 종반 우상변 169수로 국면전환을 시도한 이 9단에 맞대응하지 않고 중앙 167수로 바꿔치기하면서 이 9단의 넋을 빼놓았다. 알파고는 전날에도 이 9단이 강한 세력을 점하고 있던 중앙 우측에 백 102수로 뛰어들며 국면을 반전시켰다. 인공지능이 창의적인 승부수를 둘 수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②직관에서도 앞선다?
바둑에서 직관이 돋보이는 것은 초반 포석 때다. 거의 무한대 경우의 수가 있는 만큼 각자 자신의 직관에 따라 돌을 놓는다. 하지만 2만 시간 이상 바둑을 둔 프로기사들은 정석에 따라 포석을 한다. 그런데 알파고는 결과적으로 정석을 따르되 포석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딥마인드의 CEO이자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하사미스는 “알파고는 수읽기가 많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시간을 좀 더 소요한다”고 밝힌 바 있다. 1차전에서는 이 9단이 상대를 떠보기 위해 포석 단계에서 변칙수를 던졌지만 정석으로 나온 알파고가 포석에서 우위를 지켰고 이것이 끝까지 이 9단을 괴롭혔다.
③실수는 의도된 것인가?
알파고는 첫날 중반에 자잘한 실수를 했다. 이를 두고 일부러 상대를 방심케 하려고 계산된 실수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프로기사들 입장에선 이상한 수였지만 대국이 끝난 뒤 냉정하게 보면 그 수로 인해 쉽게 이겼다고 볼 수 있다. 알파고의 수가 상대의 방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계산된 것이라면 알파고의 기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심리전도 한다는 얘기다. 최철한 9단은 “중반에 이상한 수로 보였지만 나중에 보니 나름 그 수순이 의미가 있었다”며 “알파고는 정상급 기사”라고 평했다. 이다혜 4단은 “이게 사실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알파고가 판 전체를 보는 눈이 있다는 점에서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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