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착점부터 변칙手.. 알파고, 더 강해졌다

2016. 3. 1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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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국 대국 상황·관전평
국내외 취재진이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두 번째 대국을 지켜보고 있다. 왼편 위쪽에서 마이클 레드먼드(오른쪽·9단)와 크리스 갈록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대국을 해설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10일 2번기 종합 기보(위 사진). 끝내기가 한창이던 종반 이 9단이 백 166을 우상변에 놓자 알파고는 맞대응하지 않고 167에 흑돌을 놨다. 바꿔치기한 이 수가 결국 승부수가 됐다. 한국기원 홈페이지

인간과 컴퓨터의 맞대결 둘째 날,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강점이라던 변칙수와 흔들기를 인공지능이 먼저 치고 나온 것이다. 바둑 전문가들은 순간 충격을 받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2번기 대국. 전날 인간계를 대표하는 이 9단에게 불계승했던 알파고는 잇단 깜짝 변칙수로 인간 전문기사들을 당황케 했다. 지난 10월 꺾은 유럽 챔피언 판후이와의 다섯 판에 이어 전날 이 9단과의 첫 대국까지 알파고가 공식 기보에서 보여줬던 정석은 세 번째 수부터 변칙으로 흘렀다. 9일과 반대로 흑을 잡은 알파고는 앞선 6판에서 모두 화점에 착점했지만 이번에는 세 번째 수를 1분30초 동안 생각한 뒤 좌상귀 소목에 뒀다. 알파고는 앞서 첫 번째 수를 5초 만에 우상귀 화점에 놓았다. 인간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화점 포석은 세력을 중시하는 포석이지만 소목 포석은 실리를 추구하는 변칙수다.

초반 변칙은 이어졌다. 알파고는 우하귀에서 정석 플레이를 하다 갑자기 상변에 돌을 놓았다. 해설하던 김성룡 9단은 “인간 바둑에서는 볼 수 없는 수”라며 의아해했다. 허를 찌르는 수에 5분 정도 장고를 거듭하던 이 9단은 좌변을 갈라쳤다.

알파고의 변칙에 백을 잡은 이 9단은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전날 초반 변칙수로 상대를 테스트해보기도 했던 그는 둘째 날에는 “그냥 평범하게 둬보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후반 자신의 장기인 전투바둑으로 승부를 내려는 듯했다. 포석 단계를 넘어 40분이 지나면서 전문가들은 이 9단이 조금 유리한 바둑이라는 평을 내놨다.

이 9단은 평소 상대의 허를 찌르는 창의적인 수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알파고가 인간계의 통념을 깨트리는 창의적인 수로 더욱 자유롭게 착점했다. 어느덧 해설자들도 그를 ‘알사범’(알파고 사범)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바둑에는 상대를 인정하면 이기기 힘들다는 속설이 있다. 천하의 이 9단도 하루 만에 위상이 달라진 알파고를 인정한 듯 그 어느 대국보다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1시간이 지나면서 알파고가 10집 정도 앞선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9단도 비틀기에 나섰지만 알파고가 세력을 두텁게 하면서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갔다. 이때 이 9단의 반격이 시작됐다. 1시간20분을 넘기면서 이 9단이 50수로 국면 전환을 모색했고 이어진 흑 51수에서 알파고의 실수가 나왔다.

이 9단이 승기를 잡은 듯했다. 70수가 가까워오면서 여전히 이 9단은 수비에 치중했다. 결과론적 해석이지만 유창혁 9단은 “이 9단이 너무 안전운행을 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어느 덧 2시간을 넘기면서 평균 1분에 한 수씩 두던 알파고가 장고하는 시간이 좀더 늘어났다. 흐름상 알파고가 버티지 못하면 돌을 던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경기는 끝까지 이어졌다. 이 9단이 상변 80수로 공격을 걸었다. 2시간10분을 넘기면서 남은 시간은 이 9단이 27분, 알파고는 56분이었다.

이 9단은 장고 끝에 104수를 뒀다. 국면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느끼는 듯했다. 알파고는 부분 전투뿐 아니라 전체를 보는 국면에서 인간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3시간을 지나면서 승부처가 나타났다. 우상귀 쪽에 25점 정도가 남아 누가 이곳에서 실리를 찾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이 9단이 시간에 쫓긴 반면 계산에서 앞선 알파고는 다소 여유가 있었다. 이 9단으로서는 편안한 마무리가 어려웠다. 이 9단에게 유리했던 판세는 백중세로 바뀌었고, 막판 알파고는 흑 139부터 153까지 프로기사들도 감탄할 정도로 완벽한 마무리 솜씨를 보여줬다. 3시간40분을 넘기며 이 9단은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쓰고 초읽기에 들어갔다. 20분을 남긴 알파고도 2분 가까이 쓰며 끝내기에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시간에 쫓긴 이 9단은 초조한 모습을 드러냈고, 순식간에 알파고가 상황을 역전시켰다. 흑 165까지 중앙에 큰 집을 지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덤을 따지지 않는 반면(盤面) 10여집 차이로 크게 벌어지면서 이 9단이 마침내 돌을 던졌다. 끝내기에 관한 한 인간계 최고로 불리던 이 9단이 컴퓨터와의 계산 싸움에서 패한 것이다. 결국 이 9단은 211수만에 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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