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할머니의 힘' 변연하가 보여준 베테랑의 가치
(부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부천 KEB 하나은행 박종천 감독은 지난해 10월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제 할머니들은 물러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여자농구를 주름잡은 베테랑 선수 대신 젊은 선수들이 리그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바람이었다.
청주 국민은행 변연하(36)도 '할머니'의 범주에 들어가는 선수였다.
팀 최고참 변연하는 지난 시즌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한 달 이상 전력에서 이탈하는 등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예전 같지 않다는 주변의 평가가 잇따랐고, 국민은행도 리빌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하지만 변연하는 보란 듯이 일어났다.
올 시즌 박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며 '할머니의 힘'을 보여줬다.
한 경기 평균 5.3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 이 부문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한 경기 평균 9.11득점으로 이 부문 국내 선수 중 10위를 차지했다.
1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박종천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했던 말을 뒤집었다.
박 감독은 "변연하는 20대 때보다 요즘 플레이가 훨씬 무섭다"라며 "예전엔 득점력이 뛰어났다면, 이제는 패스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 모두 최고수준으로 올라왔다"고 극찬했다.
박 감독은 "마치 변연하는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기계를 쓰고 360도를 보며 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의 말처럼 이날 경기는 변연하가 지배했다.
특히 골 밑 돌파가 눈에 띄었다.
그는 상대 팀 첼시 리, 버니스 모스비 트윈타워에 맞서 골 밑 정면 돌파로 강수를 뒀고, 이는 상대 팀 조직력을 무너뜨리는 핵심 공격 루트가 됐다.
특히 68-68로 맞선 경기 종료 49초 전 상대 팀 골 밑을 비집고 들어가 꽂아넣은 리버스 레이업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변연하는 경기 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라며 "훈련 도중 너무 힘들어 링거를 맞고 하루 쉬겠다고 서동철 감독님께 요청을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쉬지는 못했지만, 악착같이 훈련했던 것이 오늘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변연하는 이날 14점 6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국민은행은 72-69로 승리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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