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디 마리아가 '첼시 포백 앞·뒤'를 찢어놨다

홍의택 2016. 3. 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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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앙헬 디 마리아(28, 파리 생제르맹, 이하 PSG). 이 치명적인 남자가 첼시 수비 진영을 갈기갈기 찢어놨다. 조직으로 맞서려던 상대를 무력화했다.

특정 지점에서만 능력을 과시한 건 아니다.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 사이(상단 일러스트 내 A)뿐 아니라, 그 뒷공간(B)으로도 뛰어들어 낭랑히 빛났다. 전자는 상대 수비를 유도해 동료를 살린다는 점에서, 후자는 본인이 직접 공격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위협적이었다.

디 마리아가 맹활약한 PSG는 10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1, 2차전 합계 4-2로 앞선 이들은 또 한 번 8강 진출을 맛봤다.

PSG는 정통 4-3-3과는 살짝 차이가 있다. 모우라나 디 마리아 모두 옆줄 인근에서 상대 측면 수비와 직접 대면하는 데만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안쪽으로 좁혀 들어와 플레이 메이킹에도 한창이다. 즐라탄과의 간격을 적당히 유지한, 4-3-2-1 형태에 가깝다.

이 경우 디 마리아가 대적하는 상대는 세스크-미켈 라인. 몸 중심이 살짝 높은 조합이다. 마르고 날랜 디 마리아를 제어권 안에 놓고 다룰 수 있는 유형이 아니다. 빨빨거리고 뛰며 상대 맥을 턱 하니 잘라놓는 '사냥개' 혹은 '지우개' 타입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결국 디 마리아에게 밀린 이 지점의 하중은 뒤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바노비치-케이힐 중앙 수비 조합 중 한 명이 미리 전진해 끊어내자니 원톱 즐라탄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다. 수비수 간 원조가 적절히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케네디나 바바(1차전 출장)처럼 왼쪽 측면 수비가 안으로 지나치게 좁혀 들어오기도 어렵다. PSG 오른쪽 측면 수비 마르퀴뇨스가 심심찮게 올라서 공격에 가담했다.

상대 지공을 막는 첼시라면 세스크-미켈 라인, 케이힐-이바노비치의 거리는 보통 10m가 채 안 된다. 실점 빌미를 내줄 위험한 위치로 그 어떤 팀도 이 공간을 쉽게 내줄 리 없다. 그럼에도 디 마리아는 그 사이에서 자유자재로 활개를 쳤다.

몸과 발이 모두 빠르다. 시야를 미리미리 파악해둔다. 볼 받기 전의 자세가 앞쪽으로 열려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디 마리아를 관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는 것도 추천한다. 지켜보고 있노라면 디 마리아는 늘 퍼스트 터치 직후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볼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 상대가 곤욕스러워할 위치로 적기에 패스가 뻗어 나가는 것도 이 덕분이다.

터치감도 특별하다. 볼을 흡수하듯 잡아놓는 것은 물론이며, 지켜낼 능력도 갖췄다. 곧장 앞으로 처리하지 못했을 때는 팔을 절묘히 쓰며 턴 동작을 가져간다. 자신이 없다면 냅다 동료에게 리턴 패스를 건넸겠으나, 전방 각도가 닫혀 있어도 빠른 모션으로 이내 공격 태세를 마련해놓는다.

이는 마투이디와 라비오의 활동량과도 관련이 있다. 서로 독립적인 동선을 띠면서도 상대 조직을 흩뜨릴 보완의 움직임을 취한다. 첼시가 수비 시 꾸리는 형태는 윌리안을 꼭짓점으로 하고 세스크-미켈로 받치는 정삼각형 모양 외 아자르와 페드로가 들어와 구축하는 여러 모양이 있다. 이를 상대로 쉼 없이 활동하며 수비 대형 전체를 좌우, 앞뒤로 흔든다.

첼시가 제 위치를 지키지 못한다? 디 마리아의 쇼타임 시작이다. 제공하는 패스 하나하나가 기가 막힌다. 1차전 카바니의 결승 골을 도왔을 때처럼. 올 시즌 첼시 2선 중 가장 폼이 좋았던 윌리안과 비교해도 그 선이 조금 더 날카롭다. 앞을 찌르는 종패스든, 방향을 바꿔놓는 횡패스든 상관없다. 동료의 속도를 살릴 것을 감안해 볼을 조금 더 앞으로 놔주되, 그 강도가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직접 달려나가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상대 입장에서는 아주 얄미울 만큼 비집고 들어온다. 아자르가 주로 횡적인 자취를 보여왔다면 디 마리아는 조금 더 다채롭다. 이 선수의 질주는 단순히 '부분 전술', '수비 조직' 등으로는 방어할 수 없는 한 차원 높은 영역의 힘을 낸다. 첼시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이나 세웠음에도, 의미가 무색할 만큼 그 지점을 갖고 놀았다.

디 마리아는 후반 22분 즐라탄의 결승 골을 도우며 8강행을 자축했다. 왼쪽 코너플래그에서 킥을 시도한 뒤 본래 위치로 복귀하지 못한 상황. 또다시 공격이 시작됐다. 모타가 스루패스를 넣어주기 전, 디 마리아는 아스필리쿠에타 뒤를 향해 손짓했고 공간을 그대로 농락했다.

주로 상대 수비 앞에서 영향력을 내비쳤던 그가 뒷공간으로 튀어 나가 타격을 줬다. 오른발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지녔어도, 왼발 라보나킥 등으로 해결하는 센스를 지녔으니. 빠르면서도 지능적인 디 마리아가 터지는 날이면 그 어떤 상대도 버티기 쉽지 않을 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UEFA, 그래픽=홍의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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