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 기계가 인간한계 초월"..천국일까 지옥일까

2016. 3. 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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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공지능, 명과 암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은 극과 극을 달린다. 한쪽 끝에는 온갖 난제들을 풀고 인류를 구원하는 유토피아가 있고, 다른 한쪽 끝에는 터미네이터가 상징하는 디스토피아가 있다.



10년쯤 뒤면 초등학생도
알파고 갖고 놀 수 있어

알파고 개발자
“수명연장·재생산 에너지 등
수많은 문제 해결방법 찾아내
인류의 삶 증진시킬 것”

지금도 금융·의료계·페이스북
‘인간 위한’ 능력활용 톡톡

“소프트웨어가 ‘인간 두뇌’를 눌렀다.”

알파고 이야기가 아니다. 1997년 5월13일 아이비엠(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에게 승리한 다음날 한 신문을 장식한 제목이다. 인간이 기계에 정복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당시 딥블루의 연산속도는 지금의 스마트폰보다도 떨어진다. 딥블루가 11.4지플롭(Gflops·초당 몇 회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하는지 나타내는 단위)이었는데, 갤럭시S6는 34.8지플롭이나 된다. 이런 혁신 속도라면 앞으로 10년쯤 뒤엔 초등학생도 ‘알파고’를 가지고 놀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이 그린 고흐 그림.

인공지능 연관 기술은 이미 우리 삶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게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 누구인지 인식해 꼬리표를 추천해 주는데, 세계 10억명 이용자의 사진을 일일이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 덕이다. 미국의 골드만삭스가 도입한 금융 분석 프로그램 ‘켄쇼’는 연봉 35만~50만 달러의 애널리스트가 40시간 걸릴 일을 몇분만에 처리한다. 아이비엠은 자사의 인공지능 ‘왓슨’을 의료 분석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이미 지난해 시작했다.

의료 분석 프로그램 장면.

활용 방안은 앞으로 무궁무진해질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로 컴퓨터가 사람 말을 알아듣게 되면 모든 운영체제를 대체할 것이다. 더 똑똑해진 인공지능은 의사가 처리하지 못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병을 진단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시(IDC)는 2017년엔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1650억달러(약 200조원)에 이르리라 전망했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의 유토피아를 전망한 선구자적 인물이다. 그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기술부문 이사이기도 하다. 그는 2005년 쓴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계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둘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점을 ‘특이점’으로 정의했다. 컴퓨터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추는 순간 스스로 자신을 개조해 지적 능력이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이 존재가 수명 연장과 재생산 에너지 등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 인류의 삶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시점을 2045년으로 추정했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는 “알파고의 승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성장한 인공지능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빅데이터들을 처리하고 우리의 합리적 판단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모르는 사이
자의식 형성할 위험”

“처음에 목표 잘못 설정하면
무서운 결과 이뤄질 수 있어”

세계경제포럼
“인공지능이 지식노동자 대체
4년안 5백만개 일자리 사라질 것”

영화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

인공지능의 발전과 관련해 장미빛 전망의 반대 쪽엔 인류 종말의 암울한 미래가 있다. <터미네이터> 같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영향을 끼친 탓도 있지만, 진지하게 디스토피아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이들도 많다.

먼저 기계가 육체노동자를 대체했듯이 인공지능이 지식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경제포럼(WEF)은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공지능과 로봇과학 등의 영향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5년 동안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반면 7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여성 로봇.

인공지능의 위험을 경고해온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는 지난해 세계적 강연회인 ‘테드’(TED)에서 컴퓨터가 우리보다 똑똑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관한 추론을 내놨다. 그는 “인공지능은 주어진 목표를 극도의 효율성으로 달성하는 기계다. 따라서 처음에 목표를 잘못 설정하면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간을 웃게 만들어라’라는 목표를 설정할 경우, 초월적인 인공지능은 사람 얼굴에 전극을 꽂고 웃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해 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스트롬 교수는 “윤리와 도덕 같은 인간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정교하게 정의해서 기계에 가르치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창업자 등도 보스트롬 교수의 저서를 트위터 등으로 추천하면서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에 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딥블루가 그랬듯이 알파고의 승리가 가까운 시일 안에 인간 수준의 컴퓨터 개발로 연결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세돌 9단을 꺾어 인간의 ‘직관’을 흉내내는 놀라운 진보를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바둑을 잘 두는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감동근 아주대 교수(전자공학과)는 “특정 분야에서 인간과 비슷한 수준을 보여주었을 뿐이지 자의식까지 갖춘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른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여러 인공지능이 결합하면 인간도 모르는 사이에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형성할 위험은 있다.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세계 철학계에선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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