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 세월호 유가족들이 또 삭발·단식을 한 이유

정희완 기자 2016. 3. 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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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관심을 끌고 싶었다. 이렇게 해야 기사라도 한줄 나갈까 싶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씨(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가 삭발과 단식을 한 이유입니다. 유씨는 지난 7일 오후 4시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단식노숙을 시작했습니다. 8일에는 기자회견 도중에 삭발을 했습니다.

유씨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과 특별검사 요청안의 조속한 국회 의결을 요구합니다. 앞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특별법 개정안과 ‘특별검사 수사를 위한 국회 의결 요청안(특검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2월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10일 안에 통과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9일 국회 정문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요청안의 국회 의결을 요구하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유경근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0일 국회 정문 앞에서 만난 유씨에게 몸상태를 물었습니다. “괜찮다”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유씨가 단식 노숙을 시작하자, 꽃샘추위가 왔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유씨는 두꺼운 점퍼와 모자를 썼습니다.

단식 4일째지만 목소리엔 힘이 들어갔습니다. 유씨는 “특검은 여야가 이미 합의했던 사안인데, ‘나 몰라’ 하는 상황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관심도 없어 이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여야 합의로 제정한 세월호 특별법 제37조를 보면, 특조위는 특검 수사가 필요하면 특검안을 국회에 의결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 제출된 특별법 개정안은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최소 ‘선체 인양’ 이후 6개월까지로 합니다. 세월호 특별법은 특조위 활동을 ‘구성을 완료한 시점’부터 1년으로 규정합니다. 필요에 따라 6개월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성을 완료한 시점’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특조위 구성의 근거가 된 특별법이 시행된 건 2015년 1월입니다. 특조위 위원들이 임명장을 받은 것은 2015년 3월이고, 예산이 배정돼 활동 준비를 갖춘 시점은 2015년 8월입니다.

유경근씨 등 유가족은 특조위가 선체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조위 예산은 6월까지만 배정된 상태입니다. 앞서 특조위가 요구한 189억여원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61억여원으로 삭감된 정안부이 국회를 통과했죠. 특조위가 요구한 ‘세월호 선체 정밀조사’ 예산은 배정되지도 않았습니다. 선체는 7월에 인양될 예정입니다.

현재 상황에선 특조위가 선체를 조사할 수 없습니다. 유경근씨와 함께 삭발을 하고 단식 중인 고 정동수군의 아버지 정성욱씨(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는 “특조위가 활동을 안하면 세월호 선체 조사는 해수부가 하게 될 것이다”라며 “그럼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유경근씨(오른쪽)와 정성욱씨 8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과 특검의 조속한 의결을 국회에 촉구하며 삭발을 했다. |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제공

정부와 여당이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는 시도가 발생하면 특조위가 수사권을 발동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앞서 여당 추천 위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특조위의 발목을 잡은 사례가 많습니다. 지난해 11월 특조위 전원위원회에서 여당 추천 위원 4명은 ‘대통령 행적조사’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1차 청문회 개최를 의결한 전원위 회의에 당시 이헌 부위원장을 제외한 4명의 여당 추천 위원들도 불참했습니다.

최근엔 새누리당이 공석인 세월호 특조위의 여당 몫 상임위원으로 황전원씨(53)를 다시 추천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황씨는 특조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다 1년 만에 위원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황씨가 4·13 총선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해 경남 김해을 지역구에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황 위원은 지난 1월 예비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유경근씨는 “기가 막히다”고 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와 특조위를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죠. 만약 황전원씨가 비상임위원이 된다면 특조위 사무실에 한발도 들이지 못하도록 저지할 겁니다.”

세월호 특조위의 2차 청문회는 29~30일 열립니다. 이번 청문회에선 사고 원인과 과정을 규명하는 데 집중합니다. 구체적으로 선박 도입 및 운영과정의 문제점, 참사 당일 세월호 운항상 문제점 및 선체 결함, 구조지원 요청 및 승객 구호의무, 침몰 후 선체 관리 및 인양 등을 점검합니다.

유경근씨는 2차 청문회를 두고 “1차 청문회처럼만 안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1차 청문회에서 증인 대부분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5명의 여당 추천 위원들은 청문회에 참석하지도 않았습니다. 여야 합의로 연 청문회인데도 국회는 내부 규정을 내세우며 자리를 내주지도 않았습니다. 2차 청문회도 국회에서 열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국회가 대관을 또 거부했다고 합니다.

특조위는 장소를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정성욱씨는 “정 안되면 분향소에서 하자고 해야죠. 아이들 보는 앞에서요”라고 했습니다. 정씨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9일 오후 8시부터 유씨와 정씨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시민 ‘필리버스터’를 열었습니다. 당일 자정 가까운 시각에 대학생 5명이 찾아서 와서 발언을 하며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발언을 하며 유족들을 지지했다고 합니다.

경기 양평에서 온 이연환씨(47)가 10일 시민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 대방동에 사는 김영민씨(45)는 10일 오전 필리버스터에 참여했습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왜 아이들이 참사를 당해야 했는지를 알고 싶은데, 그 마저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드리고 싶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저도 아이가 3명 있다”라며 “언젠가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경기 양평에서 온 이연환씨(47)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왔다”면서 “사회 문제가 관심이 없었지만 참사 이후 내일이라는 공감대가 생겨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했습니다. 시민들은 유경근씨와 정성욱씨를 대신해 피켓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필리버스터는 10일 자정까지 진행합니다.

앞서 지난해 4월 정부가 세월호 특조위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시행령을 강행하자 유씨와 정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이에 반대하며 단체로 삭발을 했습니다. 유경근씨는 2014년 7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저런 걸 하느냐’고 합니다. 그런데 ‘왜 저런 걸 하는지’를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진상규명 방법. 그 진상규명의 첫번째 목적은 참사 피해자들을 납득시키는 것입니다. 당사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끝낼 수 없습니다. 이 첫번째 목적을 많은 이들이 잊은 것 같아요.” 유경근씨의 호소입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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