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국> '인간 같은' 알파고 5판 싹쓸이 하나
맘 먹고 덤빈 이세돌9단 또 굴욕패…세계 최고 AI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고상민 기자 = '인간 바둑에서 나올 수가 아니네요' '함정을 만들고 끈기있게 기다린 것 같아요'
기계의 냉정한 수는 사람 지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까?
10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제2국은 인간의 설욕전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탄식 속에 허무하게 끝났다.
제2국에서 알파고는 철저한 계산 아래 둔 한수 한수로 직관·유연성·과감함 등 인간의 고유 영역을 잘 모방했음을 재확인했다.
프로 기사들이 이해 못 할 기발한 수를 잇달아 선보인 것이다. '첫 승부에서 방심했다'며 절치부심한 이세돌 9단이 두터움으로 맞섰지만 알쏭달쏭하게 판을 뒤흔드는 알파고 변칙수 앞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경기를 해설하는 프로기사들이 '이세돌 9단의 패착을 분석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수들이 여러개 나왔다.
'마음 먹고 덤벼든' 이세돌 9단을 알파고가 다시 무릎 꿇리자 벌써부터 인공지능이 5경기 모두를 이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다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세돌 9단이 전열을 가다듬어 2승 정도는 건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하지만 이는 3:2로 인공지능의 승리인 것은 마찬가지다.
부산대 조환규 교수(컴퓨터과학)는 "알파고의 과감한 수들은 사람처럼 '심리적으로 흔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계산에 따라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과거 체스 사례에서 보듯 사람과 사람이 둘 때 강수가 나오면 상대방이 움찔하는 게 있는데 AI는 아예 감정적 동요가 없으니 (이세돌 9단에)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의 허순영 교수(IT경영학)도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아무리 대규모 계산을 해도 사람의 직관을 흉내 못낼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완전히 오판이었다"고 감탄했다.
이날 대국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모두 '전면전'으로 맞섰다. 양측이 모두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쓰고 1분 초읽기까지 불사했고 결국 난전 끝에 이세돌 9단이 불계패(기권패)했다.
제1국은 제한시간 소진까지 가지 않아 종료 당시 이세돌 9단이 약 28분, 알파고는 약 5분을 남겼다.
2연승을 거두며 알파고는 '약한 AI'로서 세계 최고의 성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약한 AI는 바둑처럼 정해진 상황에서 직관적 탐색과 추론 등을 척척 해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AI를 뜻한다.
반면 알파고는 여전히 '강한 AI' 수준에는 전혀 못 미친다. 강한 AI는 자의식과 감정까지 지녀 인간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 기계다.
자신을 지키고자 인류 말살까지 감행하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강한 AI의 대표적 예다. 알파고는 사람이 정해준 학습 원칙과 계산에 따라 바둑을 둘 뿐 승리의 기쁨이나 바둑 기사의 자존심 등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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