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법인 가장한 '기획부동산' 무더기 적발..관리감독 허술

진성훈 기자 2016. 3. 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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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20개 법인, 허위 영농계획서로 농지 142만㎡ 사들여 부동산 투기..고발 조치" 상위 5개법인 매매차익 118억..매수 당일 제3자에 되팔아도 '투기' 안걸러져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영농을 하겠다며 세제 혜택 등을 지원받는 농업법인을 설립한 뒤 실제로는 농지를 단기간에 사고팔아 막대한 수익을 거둔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농지를 매수한 당일 제3자에게 다시 매도해 차익을 남기는 일까지 빈번한 데도 이들이 제출한 허위 농업경영계획서에 대한 확인 점검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정부의 관리 감독도 허술했다.

감사원은 10일 이같은 내용의 '농업법인 지원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규모화된 농업경영체 육성을 위해 자격을 갖춘 농업법인에 대해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급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개인에 비해 농지를 취득하기도 용이하다.

2014년 기준 농업법인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은 취득세·법인세·양도소득세 등 모두 1100억원에 이르며 874개 농업법인에는 보조금 1283억원(평균 1.5억원)도 지급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1월~2015년 7월 농지 거래가 빈번했던 상위 20개 농업법인을 점검한 결과 이들은 2년 7개월 간 총 142만㎡(776필지)의 농지를 사들인 뒤 74%인 105만㎡(767필지)를 2618명에게 되파는 등 부동산 투기업을 일삼았다.

가장 많은 거래를 한 A법인은 경북 영천시 등 3개 시·군 소재 농지 16만1600㎡(150필지)를 구입한 뒤 96.7%인 15만6200㎡(151필지)를 155명에게 매도했다.

한달에 10차례(필지)꼴로 농지를 매수·매도한 셈이다.

A법인을 포함해 거래 상위 5개 농업법인이 농지 매매로 얻은 차익은 118억원에 달했으며 이들은 농지 92%를 1년 이내에 매도했다. 가장 많은 매매차익을 얻은 업체는 29억원(45필지)의 이익을 냈다.

농지를 매수한 당일 다시 제3자에게 농지를 되판 경우도 10건(4개 법인)이었다.

특히 B법인은 2015년 7월 한달에만 5차례에 걸쳐 '농사를 짓겠다'는 거짓 농업경영계획서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 농지를 매수하고는 당일 다시 매도해 4억8100만원의 매매차익을 남겼다.

이들 20개 농업법인 중 16개는 법인세 신고서상 업태를 '부동산업 및 임대업' 또는 '건설업'으로 신고했고 '농업'을 포함한 나머지 4개 법인도 부동산 매매업 외에 다른 사업 매출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름만 농업법인일 뿐 '농지 전문 기획부동산'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이들이 농지 776개 필지를 사들이면서도 정작 농업법인의 농지 취득시 주어지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활용한 경우가 9개 필지에 불과한 것도 자신들이 농지 매입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가 허위임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빈번하게 거래하는 농업법인에 대해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심사를 강화하거나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농업법인의 농지 투기를 차단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눈감아주는 듯한 공무원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충남 서산시 공무원은 B법인이 농지 매수 당일 제3자에게 다시 매도하기 위해 동일한 농지에 대해 두 건(B법인과 제3자)의 농지취득자격증명 신청이 같은 날 접수돼 B법인이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는 허위임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그대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했다.

이 공무원은 '같은 날 동일한 농지에 2건의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발급되면 누가 보더라도 하나는 허위로 판단할 것이니 시차를 두고 접수하라'고 조언하기까지 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 등에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20개 농업법인에 대해 고발 등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서산시에는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2013~2014년 토지 매도금액이 10억원 이상인 41개 농업법인의 양도차익 법인세 납부 실태를 점검, 31개 법인이 총 440억원의 양도차익을 실현하고도 추가 법인세 81억여원을 신고하지 않은 점을 확인해 국세청에 이를 징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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