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강대 학생들, 성소수자 모임 현수막 훼손한 교수 경찰에 고소

허남설 기자 2016. 3. 1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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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강대학교 학생들이 ‘성소수자 학우의 새 학기를 응원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훼손한 교수를 경찰에 고소했다.

서강대 총학생회와 학생자치모임 ‘서강퀴어모임&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춤추는Q)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 모임 소속 학생들은 캠퍼스 4곳에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학우의 새 학기,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문구 옆에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간성, 퀘스쳐너리’ 등 성소수자의 다양한 범주를 적었다. 춤추는Q 측은 “새 학기를 축하하고, 성소수자·비성소수자 모두를 평등하게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의미를 담은 현수막이었다”고 설명했다.

‘서강퀴어모임&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 제공

하지만 다음날인 3월1일 오후 현수막 중 1개가 찢겨져 인근 쓰레기통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학생들이 근처 폐쇄회로(CC)TV를 살펴본 결과 이날 오전 이 학교 자연과학부 ㄱ교수가 현수막을 훼손한 사실이 확인됐다.

학생들은 즉각 ‘공개서한’ 형식을 빌어 ㄱ교수에게 10일 정오까지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폐기한 행위는 대학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존재 자체를 전면 거부하고 소수자의 인권을 짓밟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은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총학생회 차원에서 ‘공동행동’ 및 ‘언론을 통한 공론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ㄱ교수에게 통보했다.

학생들은 10일 현재 ㄱ교수에게서 아직 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이 날 오후 총학생회 등 학생자치단체들은 ㄱ교수가 사과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공동으로 마포경찰서에 재물손괴 등 혐의로 ㄱ교수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ㄱ교수는 경위 파악에 나선 대학 측에 “허가를 얻지 않고 게시한 현수막이라서 철거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대학본부 관계자는 “ㄱ교수가 대학의 허가를 받지 않은 현수막이라고 착각해 철거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현수막은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고, ㄱ교수가 조만간 학생들을 만나 사과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전했다. 고소장 접수에 참여한 한 학생은 “뒤늦은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우리는 공개적인 사과를 원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고소를 취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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