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이런 수를.." 불계패 당한 인류 '충격'

2016. 3. 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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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국' 이세돌 패배

‘인공지능(AI)이 과연 인류 최후의 장벽 바둑마저 넘어선 것인가. AI가 그리는 미래상은 과연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프로기사 이세돌(33) 9단이 9일 구글 딥마인드의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첫 승부에서 186수 만에 돌을 던지자 대국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충격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일반 시민을 상대로 공개해설을 한 이현욱 8단은 알파고가 초반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가자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바둑”, “알파고가 판후이와 겨룬 지 5개월 만에 알파고5 정도로 버전업된 느낌”, “컴퓨터가 이렇게까지 둘 수 있다니 소름이 끼친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1국에서 불계패한 이세돌 9단(오른쪽)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첫 대국을 치른 소감을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왼쪽은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중후반 이 9단의 패배 쪽으로 흐름이 기울자 공개해설장을 찾은 바둑 애호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5급 실력이라는 김주년(41)씨는 “대국 현장을 찾은 것은 싱가포르에 살던 1992년 제2회 응씨배에서 서봉수 9단이 우승하는 장면을 본 후 24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이번 대국에 관심이 많았다”며 “프로와 석 점 정도 격차가 있다던 AI가 발전을 거듭해 판후이를 꺾은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이제 ‘초AI’의 수준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 6단 한상문(65)씨는 “이 9단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봤기에 충격이 크다”면서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이 9단이 알파고에 대한 연구·분석이 덜 된 것 같다”고 했다.

국내외적으로 쏟아지는 관심에 반색했던 바둑계도 인류를 대표해 AI와 싸운 이 9단의 패배에 당혹스러워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361개의 돌을 둘 곳이 있는 바둑은 우주 원자 수보다 경우의 수가 많아서 1990년대에만 해도 ‘AI가 50년 안에 바둑을 정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알파고가 이 9단을 꺾은 것은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대국 중반까지만 해도 “이 9단이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장담하던 한국기원 연구생 유주현(16)양도 이 9단이 불계패하자 “계가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실망스럽고 슬프다”며 자리를 떴다.

대국이 진행되는 동안 대학로 아름다운극장에서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심포지엄 콘서트’ 행사가 열려 바둑뿐만 아니라 과학,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몰렸다. 양정규(31)씨는 “의료, 법조 등 이미 AI가 우리 생활에 파고든 영역은 많다”며 “알파고가 축적할 수 있는 자료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바둑 정복도 시간문제”라고 자신했다.

바둑 인구가 많은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일간 뉴욕타임스, BBC방송 등 서방 언론들도 이날 대국장인 포시즌스호텔에 취재진을 급파, 대국 상황을 실시간 보도하며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AFP통신은 승부가 갈린 직후 “컴퓨터가 최고수와의 5번기에서 첫 승리를 낚았다”고 보도했다.

구글이 대국을 생중계한 유튜브 채널의 동시 접속자는 10만명에 육박했다. 오후 3시부터 대국 일부를 중계할 계획이었던 KBS 2TV가 12시40분부터 대국장-특별인터뷰석-스튜디오 3원 생방송으로 확대편성하는 등 국내 관심도 뜨거웠다.

유태영·권구성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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