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 꿰뚫은 '결정적 102수'..이세돌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2016. 3. 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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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반부터 불꽃 튀는 전투바둑
이세돌, 차츰 우세 기울었지만
실수 연발하며 끝내 역전 허용

186수 만에 불계패. 인간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중반 알파고가 102번째 수로 우변 흑 진영에 침투할 때는 예측하지 못한 듯 심각한 표정도 지었다. 결국 102번째 수는 이날 판을 알파고 쪽으로 몰고 간 결정적인 승부수였다.

■ 이세돌의 초반 변형 포석

흑돌을 잡은 이세돌은 첫 두 수를 연속 소목에 착수했다. 알파고는 양화점으로 지켰다. 여기까진 예상대로였다. 기보를 철저히 학습한 ‘모범생’ 알파고는 초반에 모험보다는 정수로 응수했다. 이세돌은 초반에 승부를 걸지 않으면 후반으로 갈수록 알파고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7번째 수부터 기보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수를 우변에 놓았다. 일종의 변형 포석으로 알파고의 반응을 떠볼 요량도 있었다. 하지만 시험에 든 알파고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세돌이 걸어온 싸움을 적절히 방어하면서 되레 반격에 나섰다. 이세돌의 행마를 치받고 끊어내면서 초반부터 알파고는 강하게 싸움을 걸어왔다. 김찬우 6단은 “이세돌 9단이 초판 포석에서 득점을 올려야 했는데 포석 없이 바로 전투에 들어갔다. 알파고의 약점을 공략할 여지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다혜 4단도 “이세돌 9단의 1국 패인은 초반 포석 실패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초반부터 불꽃 튀는 전투바둑에 이 9단도 많이 놀란 듯했다. 상대방이 만만치 않다고 직감하면서 긴장감도 높아져 갔다.

■ 5개월 새 초고속 개량된 알파고

한국 바둑 국가대표 감독 유창혁 9단은 “5개월 전의 알파고와는 다른 느낌이다. 이세돌을 장고하게 만들고 있다. 이세돌이 세계대회 결승을 하는 것보다 더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성룡 9단도 대국이 끝난 뒤 “결정적인 실수를 해서 프로라면 거의 끝났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도 알파고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알파고는 프로기사의 감정을 배제한 바둑을 뒀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알파고가 상대의 수준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둑을 두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이 9단은 이날 대국 중반까지 알파고보다 더 많은 제한시간을 소비하면서 장고를 거듭했다. 그만큼 알파고의 한 수 한 수가 이 9단도 평소 겪어보지 못했을 만큼 대담하면서도 까다로웠다.

■ 이세돌 낯선 상대에 심리적 부담?

중반을 넘어서면서 알파고는 완착으로 보이는 수를 두기도 했다. 유창혁 9단은 이 수를 보자마자 “정상급 프로기사라면 절대 두지 않을 수다. 알파고의 약점이 드러났다”고 했고, 김성룡 9단도 “프로기사라면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알파고의 90번째 수 때문에 다른 수들마저 이상해졌다”고 했다. 알파고가 실수를 하면서 대국장의 분위기는 이 9단이 우세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그래서였을까. 이세돌 9단은 방심한 듯 돌을 놓으며 너무 수더분하게 대응했다. 더 두텁게 형세를 끌고 가면서 승부를 굳히기보다는 평소에 끝내기에서 좀처럼 하지 않던 실수를 연이어 범하는 등 조금씩 알파고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반면 알파고는 냉정함을 유지한 채 흔들리지 않다가 102번째 수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가 전체 판세를 볼 줄 안다. 부분적으로 손해여도 전체적으로 이긴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밀고 나간다”고 평했다. 권갑용 8단은 “세돌이의 표정을 보고 놀랐다.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표정이다”라고 했다. 이세돌이 너무 낯선 상대에 대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흔들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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