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포츠 금자탑 '약물'로 쌓아 올렸나

김세훈 기자 2016. 3. 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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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역도·사이클 이어 동계종목으로 퍼진 ‘도핑 쇼크’

러시아 출신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29)가 도핑 양성반응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한 바로 다음날, 러시아 출신 빙상과 배구 선수들도 줄줄이 도핑 혐의로 징계를 받을 위기에 몰렸다. 올 초 육상에서 시작된 러시아 도핑 파문이 역도, 사이클을 거쳐 동계종목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과거 소련 시절 도핑을 일삼은 러시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은밀하게 도핑을 이용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피드스케이팅

파벨 클리즈니코프 | 쇼트트랙

세묜 옐리스트라토프 | 배구

알렉산더 마르킨

가디언, AP통신 등 외신들은 9일 “샤라포바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아이스댄싱, 배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러시아 선수들이 약물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도 전날 이 같은 사실을 세계반도핑기구(WADA) 발표와 러시아 스포츠 당국 반응을 인용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번에 발각된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파벨 클리즈니코프(21)다. 클리즈니코프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5개나 딴 단거리 최강자다. 지금도 500m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먹은 약물은 샤라포바가 복용한 것과 같은 멜도니움이다. 혈류를 증강시키는 약물로 WADA는 올해 1월부터 금지약물로 지정했다. 클리즈니코프의 코치인 드미트리 도로페프는 “우리도 금지약물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클리즈니코프가 이전에는 멜도니움을 먹었지만 지난 1년 동안은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클리즈니코프는 2012년에도 다른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2년 동안 선수자격을 잃은 적이 있다.

남자 쇼트트랙 세묜 옐리스트라토프(26)도 멜도니움을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안현수)과 5000m 계주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아이스댄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예카테리나 보브로바(26)도 지난 1월 유럽선수권에서 3위에 오른 뒤 도핑검사를 받은 결과 멜도니움을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배구리그에서 활약 중인 국가대표 레프트 공격수 알렉산더 마르킨(26) 역시 멜도니움 양성반응을 보였다.

AP는 “멜도니움이 금지약물로 지정된 뒤 우크라이나 바이애슬론 선수 2명, 러시아 사이클 선수 1명도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멜도니움은 라트비아에서 제작된 약품으로 지금은 러시아, 동유럽 정도에서만 구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멜도니움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 다수가 러시아 출신이다. 러시아 문화부 비탈리 무코 장관은 AFP통신을 통해 “러시아 선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이 약물은 선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다소 군색한 변명을 내놨다. 러시아 하원에서 스포츠위원회를 이끄는 드미트리 스비쉬체프 위원장은 “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룰 회의를 이번주 소집한다”며 “상황을 확실히 파악한 뒤 도핑과의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멜도니움 복용을 방관하거나 이용했다는 구체적인 발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만일 러시아에서 또 다른 양성반응자가 나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멜도니움을 만든 이바 칼빈스 교수는 “멜도니움은 육체적인 과부하로부터 선수들의 심장을 보호해준다”며 “멜도니움을 금지약물로 지정한 것은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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