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뛰어넘은 인공지능.."이러다 내 일자리까지 뺏길라"

원호섭 2016. 3. 9. 21: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선 의사 대신 100% 정확도로 자궁경부암 진단로봇이 금융투자 이미 대세..작곡·그림도 척척

◆ AI 혁명 / ① 이미 현실이 된 충격 ◆

지난해 7월 2일, 미국 테네시주 머프리즈버러에 사는 샘 레이(19)는 자신의 집에서 트럭을 고치다가 차를 지탱해주는 기구가 내려앉으면서 2t이 넘는 트럭 밑에 깔리고 말았다. 팔이 머리 위쪽으로 놓여 있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지만 바지 뒷주머니에 있는 아이폰의 인공지능 '시리'가 떠올랐다. 그는 시리를 향해 "911에 전화해줘"라고 명령했다. 시리는 곧바로 911에 연결했다. 비록 갈비뼈가 부러지고 신장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지만 빠르게 구조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삶 속 깊숙이 침투했다.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이 가능한 가전제품, 컴퓨터 등은 모두 인공지능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미 인간은 인공지능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 속으로 더욱 깊숙이 침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바둑 도전에 성공하면서 더 많은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인공지능은 1967년부터 인류와 체스 대결을 펼치며 능력을 뽐내왔다.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기고 2011년에는 인간과의 퀴즈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컴퓨터 연산능력의 급격한 발전과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가 인공지능에 날개를 달아줬다. 전 세계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1위부터 500위까지 나열했을 때 500위에 포함되는 슈퍼컴퓨터는 5년 뒤 노트북PC로도 구현이 가능하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체스 챔피언을 꺾은 커다란 슈퍼컴퓨터인 딥블루보다 손안에 잡을 수 있는 갤럭시S6의 연산처리 능력이 3배 이상 빠르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의 '헨나(Henn-na) 호텔'은 로봇이 체크인과 짐 운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이 상품을 소개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무인 스마트폰 매장도 곧 문을 연다. 금융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은 빛을 발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산관리를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쿼터백투자자문은 올해 지난 2월까지 평균 수익률 2%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국내외 자산배분형 펀드 수익률을 앞질렀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체스를 이긴 인공지능이 바둑을 이기려면 100년이 더 필요하다고 했지만 불과 20년 만에 성공했다"며 "바둑보다 더욱 복잡한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개인·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스, 퀴즈, 바둑 등의 대결을 통해 인류와 두뇌 싸움을 벌인 인공지능은 예술 분야에도 진출을 꾀하고 있다. 올해 구글의 인공지능 '딥드림'이 그린 추상화 29점은 9만7000여 달러에 판매됐다. 미국 예일대가 개발한 인공지능 '쿨리타'는 음계를 조합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페이스북의 M, 애플의 시리 등 전 세계 IT 기업들은 앞다퉈 인공지능을 이용한 개인 비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IBM의 왓슨은 이미 환자들의 병력, 진단 기록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등 의료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종양학회는 "왓슨을 활용한 암 진단 정확도가 대장암 98%, 방광암 91%, 췌장암 94%, 자궁경부암 100%로, 전문의 초기 오진 비율이 20%인 데 반해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으로 이뤄진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소프트웨어의 발달과 함께 도래한 인공지능으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석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단단하고 다루기 용이한 철기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며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돼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