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천차만별 자릿값, 소비자 득실은?

2016. 3. 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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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어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입니다.

시즌 기다려 온 팬들, 반가운 마음에 구장 많이 찾으셨을 텐데요.

◀ 앵커 ▶

그런데 시범경기, 올해부터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정희석 기자가 먼저 설명해 드립니다.

◀ 리포트 ▶

지난해 가장 많은 매진을 기록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한화.

평일 낮에 열린 시범경기에도 2천여 명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권한나]
"한화 이글스 선수들을 보게 돼서 너무 좋고, 무엇보다 공짜라서 제일 좋아요."

평일은 무료지만, 주말 외야석은 4천 원, 일부 특화석은 최고 3만 원의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재원을 확보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은 이른바 프리미엄 좌석입니다.

타석과 10미터 내외로 가까워 생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단마다 특색있는 좌석을 선보이고 있는데, 넓은 좌석 간격에 테이블을 갖추거나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바비큐 석 등 다양한 종류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박찬혁/한화 구단 마케팅팀장]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특화석이 가격은 비록 높지만 인기도도 높고 매진도도 빨리되는 편입니다."

다른 스포츠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한창 시즌인 프로배구 경기장엔 아예 누워서 볼 수 있는 좌석도 생겼습니다.

가격은 일반석보다 4배가량 비싸지만, 가족석 등으로 인기입니다.

[최용식]
"경기장을 더 잘 볼 수 있고 여러 명이서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먹거리도 먹을 수 있고…"

◀ 앵커 ▶

이렇게 차별화된 좌석과 서비스는 최근 스포츠 경기장의 트렌드입니다.

대구의 새 명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라이온즈 파크를 보실까요.

국내 첫 팔각구장으로 경기장 어디에서나 중앙을 볼 수 있는데도 좌석요금 종류는 40여 가지가 넘습니다.

화장실과 에어컨까지 갖춘 이 대형 유리방은 입장료가 한 명 5만 원꼴인데, 가장 싼 외야석은 5천 원으로 열 배쯤 차이가 납니다.

서비스와 편의성이 자릿값 차이를 만든 겁니다.

◀ 앵커 ▶

그런가 하면 공연장은 얼마나 잘 들리고 보이느냐가 가격을 좌우합니다.

먼저 클래식 공연이나 콘서트는 무대에선 좀 멀어도 소리를 균형 있게 들을 수 있는 이 중앙 구역이 비쌉니다.

일반 좌석의 네다섯 배 값이고요.

같은 공연장이라도 연극이나 무용, 뮤지컬은 무대와 눈높이가 비슷한 앞쪽 중간 자리 가격이 무대 뒤편 일반좌석의 열 배를 넘어갑니다.

보통 VIP석으로 불리는 비싼 자리, 하늘에서는 1등이란 이름이 붙습니다.

대한항공의 일등석인데요, 최고급 와인에 코스 요리가 제공되고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있을 만큼 이 넓은 공간은 일반석 여섯 개가 들어갈 정돕니다.

가격은 비싸겠죠.

미주 왕복에 1천만 원이 넘는데 일반석 다섯 배입니다.

일등석, 비즈니스석, 일반석까지 세 등급 정도였던 비행기 좌석.

요즘은 더 쪼개는 게 트렌드입니다.

아시아나 항공은 일부 노선에선 일등석을 아예 없애고 비즈니스석을 늘리기로 했는데, 최근 앉는 건 비즈니스석이고 기내식 등 서비스는 일반석으로 받는 상품을 선보였고요.

일부 외국 항공사들은 이용이 다소 불편한 대신 가격이 더 싼 일반석 상품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좌석 다양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효과만 있을까요?

조재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CGV는 지난 3일부터 좌석요금을 다르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좌석을 세 단계로 나눠 스크린과 가까운 자리는 일반 좌석보다 1천 원 싸게, 인기가 많은 자리는 1천 원 비싸게 바꾼 겁니다.

시간대에 따라서도 요금이 달라집니다.

평일 오전엔 최저 6천 원, 관객이 많은 주말 오후엔 최고 1만 2천 원입니다.

같은 자리와 서비스에 요금만 바뀐 셈인데, 관객들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조상연]
"중간 자리나 뭐 이런 데는 오히려 비싸졌다고 하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최효윤]
"싸게 보려면 비교적 뒤쪽에서 봐야 하고 그래서 영화를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거 같아요"

서비스 수준을 낮추면서 도리어 요금을 올린 곳도 있습니다.

개통 당시 서울- 부산 기준으로 4만 5천 원 정도였던 KTX 요금은 최근엔 6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그 사이 중간정차역은 두 배 이상 늘어 같은 구간 가는 데 30분이 더 걸립니다.

[이정원]
"고향 갈 때마다 이용은 가끔씩 하는데, (KTX 요금이) 부담되는 정도가 돼 가는 것 같습니다"

반면 역방향이나 출입구 자리에 주던 할인 혜택은 사라졌고 가족석 할인 폭은 37%에서 15%로 절반 이상 깎였습니다.

스무 번 타면 한 번이 무료이던 적립제도도 쉰 번을 타야 혜택을 주는데 그마저도 3개월 안에만 쓸 수 있게 유효기간이 생겼습니다.

[강민승]
"한 달 전에 예약하면 할인된다고 하는데, 한 달 전에 예매를 하려고 해도 잘 안 타는 시간대는 (할인이 안 돼)…"

전문가들은 가격 차별화 전략의 출발점이 명확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박경민/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기업의 이윤을 최대로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설계하면 실패에 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하거나 또는 고객의 비용을 줄여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 앵커 ▶

국내 극장 좌석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CGV, 이번 좌석 다양화로 이익도 좀 늘어나겠죠.

국민의 재산인 철도를 이용해 기차 좌석을 100% 독점하고 있는 코레일, 2년째 1천억 원이 넘는 흑자를 냈습니다.

자리가 불만이면 안 사면 됩니다.

그런데 한두 업체들만 갖고 있는 자리라면 얘기가 다르죠.

부르는 게 값일 겁니다.

소비자 선택권 늘려준다는데 울며 겨자 먹기 같은 것, 저희만의 느낌일까요?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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