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 파열음 끊이지 않는 국민의당

김회경 2016. 3. 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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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만 피우는 통합파, 딴청 부리는 통합불가파

김회경 정치부기자

국민의당에 합류한 박지원 의원이 9일 오전 국민의당 마포당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공천심사를 위해 당사를 방문했다는 박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안철수 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 사이에 앉아 가장 먼저 인사말을 하는 예우를 받았다. 박 의원은 “처음 당사에 왔는데 가운데 앉으라 해서 ‘이제부터 내가 당 대표가 됐구나’ 했는데, 인사말만 하라고 해서 굉장히 섭섭하다”고 운을 뗐다. ‘야권 통합’을 둘러싸고 둘로 쪼개진 당내 상황을 염두에 둔 박 의원의 발언은 경직돼 있는 회의장 분위기를 일순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박 의원의 발언은 ‘야권연대’에 대한 것이었다. 박 의원은 “우리가 상대당의 공천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이 말씀하신 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친노 패권주의 청산과 공천 결과를 보고 우리당이 말을 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야권통합이나 선거연대의 명분엔 동의하지만, 당장 논의에 나설 게 아니라 양당의 공천 결과를 보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전략적 판단을 밝힌 것이다.

마이크를 물려 받은 안 공동대표의 발언에선 통합에 대한 일언반구가 없었다. 다만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전을 소개하면서 “인류와 컴퓨터가 대결하는 역사적 순간인데 우리 정치는 수십 년, 수백 년 전 낡은 패거리 정치의 끝에 가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 일각의 통합 논의를 ‘옛날식 정치’로 규정해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천 공동대표는 “안타깝게도 현재 선거판세는 새누리당의 압승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다시금 통합론에 대한 군불을 지폈고, 마지막 공개 발언자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더민주는 의원 50~60명이 친노일지 몰라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은 호남을 제외하면 전부 친노”라면서 통합불가론을 역설했다.

국민의당 내에선 당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원인 중에 하나로 더민주의 통합 공세를 거론한다. 그러나 정작 진지한 당내 토론은 하지 않은 채 매일 반복되는 지도부 간 갈짓자 발언이 국민들과 지지자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날 4인 4색 발언은 그 치명적 현장이었다.

hermes@hankookilbo.com(mailto: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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