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최후의 장벽 바둑마저 넘어선 것인가

2016. 3. 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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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이런 수를..".. '제1국' 이세돌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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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과연 인류 최후의 장벽 바둑마저 넘어선 것인가. AI가 그리는 미래상은 과연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프로기사 이세돌(33) 9단이 9일 막을 올린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간 ‘세기의 대결’ 제1국에서 불계패를 당하자 시민들은 충격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 수많은 국내외 취재인이 몰려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4시20분쯤 이 9단이 유리한 중반 판세를 지키지 못하고 패배하는 쪽으로 흐름이 기울자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의 공개 해설장을 찾은 바둑 애호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5급 실력이라는 김주년(41)씨는 “싱가포르에 살던 1992년 제2회 응씨배에서 서봉수 9단이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본 후 ‘역사적 대국’을 보고 싶어 24년 만에 처음으로 현장을 찾았다”며 “프로와 석 점 정도 격차가 있다던 AI가 발전을 거듭해 판후이를 꺾은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이제 ‘초AI’의 수준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 6단 실력이라는 한상문(65)씨는 “이 9단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봤는데, 져서 충격이 크다”면서도 ”이 9단이 상대의 기풍을 전혀 모르고 연구·분석이 덜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고 했다.
“다음 대국은 이길 것” 이세돌 9단의 어머니 박양례 여사가 9일 이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비금도 도고리 본가에서 TV를 시청하며 아들을 응원하고 있다.
신안=연합뉴스
‘미래의 이세돌’을 꿈꾸는 한국기원 연구생 유주현(16)양은 대국 중반까지만 해도 “이 9단이 무조건 이길 것”이라며 자신만만했으나 이 9단이 돌을 던지자 “계가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실망스럽고 슬프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국내외적으로 쏟아지는 관심에 반색했던 바둑계도 인류 대표의 패배에 당혹스러워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361개의 돌을 둘 곳이 있는 바둑은 우주 원자 수보다 경우의 수가 많아서 1990년대에만 해도 ‘AI가 50년 안에 바둑을 정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알파고가 이 9단을 꺾은 것은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해설을 맡은 이현욱 8단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바둑”, “알파고가 판후이와 겨룬 지 5개월 만에 알파고5 정도로 버전업 된 느낌”, “컴퓨터가 이렇게까지 둘 수 있다니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포털사이트 생중계 등을 통해 대국을 관전하며 “변칙적인 수에도 알파고가 잘 대처하고 있다”, “의외의 수에 이세돌이 당황한 듯하다” 등 대국 내내 긴장감을 드러냈다.

같은 시간 대학로 아름다운극장에서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심포지움 콘서트’ 행사가 열려 과학,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몰렸다. 양정규(31)씨는 “의료, 법조 등 이미 우리 생활에서 AI가 하는 일이 많다”며 “알파고가 축적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은 엄청나기 때문에 바둑도 곧 정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언론은 이날 대국 상황을 실시간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영국의 BBC 등 50여개 해외언론은 1국이 진행된 포시즌스호텔에 취재진을 특파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구글이 대국을 생중계한 유튜브 채널의 동시 접속자는 10만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국내 언론과 여론도 KBS가 2TV를 통해 생중계를 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유태영·권구성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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