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조차 계산하는 알파고의 무한능력이 승리 요인"

김고금평 기자 2016. 3. 9. 18: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세돌 vs 알파고] 아마 5단 손종수 시인의 관전평 ① 1대국..알파고, 안정적이면서 반격 솜씨 빛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이세돌 vs 알파고] 아마 5단 손종수 시인의 관전평 ① 1대국…알파고, 안정적이면서 반격 솜씨 빛나]

“이세돌 9단의 패배가 충격이라고 보지 않아요. 이미 대국 전부터 이길 확률은 50대 50이었으니까요.”

세계사이버기원의 상무이사(아마 5단)이자 2014년 등단한 손종수(58) 시인은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 결과에 대해 “알파고의 5개월간 학습 능력은 세계 최고의 지성과 견줄만큼 성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시인은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알파고가 확실한 업그레이드로 세상에 나타났다”며 “이제 최고 프로 기사와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그런 계산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국은 시작부터 접전이었다. 바둑 전문가들은 “초반 10수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맥을 짚고 변칙을 쓸 것으로 예상된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다. 경기 전 만난 이창호 9단 역시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44수까지 이어진 경기 초반까지 승리의 주역은 안갯속이었다. 이세돌이 초반 흑 7수로 기존에 없던 변칙수로 승부를 던지자, 알파고는 입력된 데이터 도식이 아니었는지 바둑용어로 ‘회피’했다. 부분전(국지전)에 최강으로 알려진 이세돌은 때론 알파고가 어떤 기력을 지녔는지 테스트해보기 위해 강한 압박으로 몰아붙이기도 했으나, 알파고도 만만치 않게 맞섰다.

손 시인은 초반 전투에 대해 “알파고가 부분전에서 사람 이상의 능력과 판단을 보여줄 만큼 대응을 잘했다”며 “특히 사활에선 인공지능이 착각하지 않는 범위에서 차분히 수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알파고는 대응이 쉬운 수든, 어려운 수든 60초에서 90초 사이로 시간을 일정하게 배분했다. 인간이라면 빨리 둘 때와 숙고한 뒤 둘 때의 차이로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며 수를 놓지만, 감정이나 심리 영향을 받지 않는 알파고는 일정한 속도감으로 상대방의 심리를 되레 압박했다.

“알파고는 대체로 ‘두텁게’ 수를 놓고 있어요. 모든 수의 조합을 통해 가장 안정적이면서 방어적인 수를 둔다는 뜻이에요. 더 특이한 건 그렇게 방어적인 최상의 조합을 찾아 수를 놓으면서도 상대방이 허점을 보이면 바로 반격을 한다는 거예요. 복싱으로 치면, 인파이터 같은 격이랄까요? 상대방이 잽을 날리는데 어느새 훅으로 받아치는 꼴이죠.”

손 시인이 보는 알파고의 가장 큰 능력은 상대방의 수준에 맞게 바둑을 둔다는 것이다. 상대가 아마추어 수준이면 그에 맞게, 프로 기사면 그 수준에 맞게 능력을 자율적으로 조절한다는 얘기다.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대국에서 알파고가 186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하지만 중반 90수에 알파고는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놓았다.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말도 안되는’ 수를 뒀다는 것. 손 시인도 이 장면에선 “알파고가 바둑알이 점점 채워지는 중·후반으로 갈수록 강한 게 정상인데, 이런 수를 두는 건 결국 컴퓨터도 안 좋은 데이터를 가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알파고의 실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후반부 우하귀 136수 역시 실수로 판단했다. 이세돌은 이후 147수에 중앙 하단에 박은 검은 돌 한 점으로 승리를 거머쥔 듯했다. 하지만 대국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전체 판세는 알파고 쪽으로 점점 기울어갔다.

손 시인은 “전체 그림을 보니, 알파고의 실수도 철저히 인공지능의 계산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승리가 목적인 알파고는 부분의 실수나 패배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손 시인은 그러나 알파고가 전체 계산을 잘했지만, 오류와 실수를 저지른 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좌하귀 전투에서 어이없는 수를 둔 알파고는 전체 판형을 둔 그림에서 부분 전투의 데이터 분석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후 변화를 보면 알파고는 분명 전체를 활용하는 계산 능력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에 대한 아쉬운 평가도 나왔다. 후반부 우하귀 접전에서 손해를 봤고, 우변 바꿔치기에서도 결과가 불만족스럽게 나왔다는 것이 손 시인의 설명. 그는 “이세돌 9단이 147수로 하변 1선에 내려섰을 때, 많은 이들이 승리했다고 자신했지만 그 수가 사실상 패착으로 연결된 것과 다름없다”며 “그 수를 좌상귀 쪽으로 옮겨 싸웠어야 했다”고 했다.

“총평을 하자면, 알파고가 초반 이세돌 9단의 응수타진을 날카롭게 반격하면서 주도권을 잡았고, 후반부 우변에 침입한 102수로 승부수를 던져 우세를 잡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날 186수 만에 불계승(기권승)을 거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남은 4차례 대국은 15일까지 이어진다. 손 시인은 “첫날 승리가 앞으로 남은 대국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세돌 9단이 한 판도 못 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