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전 유치원생 아동학대 사각지대..교육당국 속수무책(종합)

2016. 3. 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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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전출·결석 잦고 의무교육 대상 아닌 제도적 허점
[연합뉴스TV 제공]
경찰서 나오는 평택 실종아동 부모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아버지 신모씨(오른쪽)와 계모 김모씨가 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 평택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나오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A군을 수시로 때리고 밥을 굶기다 지난달 20일 길에 버리고 홀로 귀가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신씨는 부인의 학대행위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3.9 xanadu@yna.co.kr

무단 전출·결석 잦고 의무교육 대상 아닌 제도적 허점

(평택=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평택에서 7살 남자 아이가 계모에게 학대받다가 실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다시 한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종 아동은 1년여 전 공립유치원에 다닐 당시 아동학대의 하나인 '방임'이 의심됐으나 제도적 한계와 현실적 여건 탓에 적극적인 보호와 수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교육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신모군의 계모 김모(38)씨는 신군을 수시로 때리고 밥을 굶기다 지난달 20일 길에 버리고 홀로 귀가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실종 상태인 신군은 2014년 9월 1일부터 12월 초까지 약 4개월간 거주지 인근 A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을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유치원에 다닐 당시 신군은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등 '방임'이 의심돼 담임교사가 여러 차례 부모와 통화해 상담했고 심지어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말다툼까지 벌였다고 한다.

당시 상담일지에는 교사가 신고하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가정 사정이 있는데 함부로 신고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강변했고, 방임 의혹을 제기하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아이인데 무슨 얘기냐, 내가 바빠서 그렇다"고 둘러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유치원 측은 이미 그해 3월부터 지역아동센터가 신군 상태를 파악하고 수차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별도로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신군은 방학을 한 달 가까이 앞두고 유치원에 나오지 않아 무단 퇴원 처리됐다.

유치원생은 의무취학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퇴원이나 전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절차가 없다는 것이 평택교육지원청의 설명이다.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지만, 제도적 한계 속에서 학교 측으로서는 학부모의 맞대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동학대(방임)가 의심되는 유치원생이라도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취학 전 아동이라면 교육당국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25조)을 보면 초·중학교 교장은 의무교육 대상 학생이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면 보호자에게 학생의 출석을 독촉·경고한다. 7일이 지나도 결석이 계속되면 거주지 읍면동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지난달 22일 교육부가 발표한 미취학 아동 관리 매뉴얼을 보면 미취학·미입학 첫날 학생 소재가 확인되지 않거나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경찰에 수사의뢰하게 했다.

이어 3∼5일째에는 교직원과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등이 함께 가정을 방문해 학생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출석을 독려한다.

가정 방문에도 학생이 출석하지 않으면 6∼8일째 보호자와 아동이 참석한 가운데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를 열어 전문적으로 심의한 뒤 학교장이 취학유예 여부를 결정한다.

A초등학교는 취학 대상자인 신군이 지난 1월 7일 신입생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고 같은 달 14일 아버지가 취학유예신청서를 제출하자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에 출석을 요구했다.

신군 아버지는 취학유예 신청을 하면서 "아이가 소심하고 아빠 직장이 뚜렷하지 않아 학교를 자주 옮기면 힘들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부모 소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신군 아버지가 "3월 2일 학교에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당일 입학식에 불참하자 3일 포승읍사무소에 알리고 4일 경찰에 신고했다.

학교 측은 취학유예 신청 이후 여러 차례 신군 부모와 통화해 취학 절차를 알리고 취학을 독촉했다고 한다.

읍사무소에도 3일 이를 알렸고, 지역아동센터도 같은 시점에 읍사무소에 가정폭력 노출 의혹과 취학유예 신청 여부를 문의했다.

그러나 취학 이전의 유치원생의 경우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라는 점이 이번 사건으로 재확인된 셈이다.

부천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장기결석 초등학생에 대한 전수 조사에 이어 미취학 아동과 장기결석 중학생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교육청이 파악한 경기지역 장기결석 및 미취학 초·중학생 4천151명 중에는 신군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학기 취학대상 아동은 오는 10일이 지나야 집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신군의 누나(10) 역시 A초등학교에 다니다가 지난해 4월 21일 할머니집 근처 B초등학교로 전학할 때까지 방임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군 남매를 돌봤던 지역아동센터 측은 "한겨울인데도 얇은 옷을 입는 등 행색이 초라해 한눈에도 방임 아동임을 알 수 있었다"며 2013년 겨울 무렵부터 신군 남매를 데려다 식사를 챙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신군 누나는 지난해 B초등학교로 전학학 이후 "할머니와 같이 산다는 사실 이외에는 특별히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평택지역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학교 측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다만, 유치원생은 의무교육대상이 아니고 특성상 전출, 결석 등이 잦아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군 부모가 1월에 취학유예신청을 했음에도 초등학교에서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를 소집, 4일까지 아이를 데리고 와야 취학유예 결정을 해줄 수 있다고 통보했다"며 "4일까지 아이를 데려오지 않자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빠른 수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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