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국]충격의 패배 이세돌, 그는 누구인가

김현아 2016. 3. 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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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9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반상의 대결을 벌여 석패한 이세돌(32) 9단. 초반에는 선전했지만, 오후 4시를 기해 패색이 짙어졌고 결국 패했다.

KBS에서 대국을 해설한 박정상 9단은 “지난해 10월 판후이 때 실력과는 분명히 다르다”면서 “이 9단은 알파고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어서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조훈현, 이창호에 이은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다. 별명은 ‘쎈돌이’. 따라서 남은 대국에서 방심을 버리고 집중력을 키운다면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2국은 10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세돌 9단
그가 1983년 3월 2일 태어나 전국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것은 1991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참가한 대회에서 2학년이던 이세돌이 1등을 거머줬다. 이후 형인 이상훈 프로를 따라 12세(1995년)에 입단해 국내 두번째 형제 기사가 됐다. 하지만 형은 ‘나는 이세돌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은퇴해야겠다’며 바둑계를 떠났다.

2000년 32연승이라는 역대 연승 3위 기록을 세우며 ‘불패소년’으로 불렸고, 2009년 5월까지 국내 랭킹 1위, 10번째 세계대회 우승 등 정상급 기사의 면모를 보여줬지만 난관도 있었다. 2009 한국바둑리그를 앞두고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기원과 갈등했고 기보에 대한 저작권 문제, 대국료 관련 문제가 얽히면서 휴직계를 내기도 했다.

이후 사과 기자회견과 함께 복귀한 이세돌은 다시 파죽지세로 24연승을 거두면서 세계랭킹 1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02년 후지츠 배에서 세계를 재패한 뒤 무려 18번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

이세돌의 바둑은 압도적인 수 읽기를 통한 흔들기로 상대를 난전으로 끌어들여 혼란시키고 압살해버리는 스타일이다.

이같은 화려한 변칙 스타일이 현존하는 최고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와의 남은 대국에서 앞으로의 승리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바둑은 흰돌과 검은돌을 번갈아 놓으며 상대편의 돌을 들어내거나 빈 공간을 둘러싸 ‘집’을 만드는 게 목표인 게임이다.

돌을 둘 때 직관과 느낌이 작용하는 미묘함과 지적 깊이 때문에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체스와 비교 시 경우의 수가 10의 100제곱 이상 많은 것이다.

인공지능 알파고에도 이세돌과의 대국은 인간의 창의성에 도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알파고는 이세돌이 돌을 놓으면 일단 ‘정책망(policy network)’이라 부르는 하나의 신경망이 작동해 다음 번 돌을 놓을 위치를 택하고, 동시에 ‘가치망(value network)’이라 불리는 또 다른 신경망을 작동시켜 승자를 예측한다.

구글은 알파고는 3000만 개 움직임에 대해 신경망을 훈련했다며 사람의 움직임을 57% 확률(과거 기록은 44%)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각종 바둑 프로그램들과 토너먼트를 진행해 500회 대국중 단 한 번 패했다고 자신했다.

일단 첫 승부에선 알파고가 이겼다. 하지만 이세돌의 똘기, 직관력, 통찰력을 막강한 데이터베이스로 무장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겨낼지는 다섯 번의 대국이 끝나는 3월 15일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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