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국 여기는 현장] "죽어라 셀프 대국하는 알파고는 불쌍해 vs 아냐 정말 비인간적이야"

류현정 기자 2016. 3. 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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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정 기자
8일 기자간담회장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세돌 9단, 딸 혜림양,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류현정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챌린지 매치 기자간담회에서 이세돌 9단(가운데)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왼쪽),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구글코리아 제공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 그 첫 대국이 1시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조선비즈는 매 대국 전 전날 대국 상황과 오늘 대국 관전 포인트를 쉽게 전하는 ‘세기의 대국 여기는 현장’ 코너를 운영합니다. 조선비즈 취재 기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하는 이 코너는 ‘이세돌- 알파고 대국’의 생생한 취재 현장과 뒷얘기로 관전의 재미를 더할 것입니다. [편집자주]

(류현정 기자) 어제(8일) 이세돌 9단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화제였죠. 딸도 데리고 나오고. 옆에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이 9단이 쇼커트 처음 한 거 아니냐고 자꾸 물어보는데, 나도 정확히 몰라서 대답을 못했죠. 이 9단이 각오를 다진 것처럼 보이긴 하더라고요.

(강인효 기자) 실제로 완승을 자신했던 이 9단이 “5대0이 아닐 수도 있겠다”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승리 가능성을 조금 낮춘 발언을 했죠. 이 9단은 이날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알파고 알고리즘을 설명한 것을 듣고선 이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했죠. 현역 바둑 세계 최고수인 이 9단이 첫 판부터 지진 않았으면 하네요.

(김민수 기자) 의아했던 게 이 9단이 대국 하루 전인 8일까지 알파고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식으로 얘기했다는 점이에요. 적어도 자신의 상대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는 미리 파악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아니면 혹시라도 질까봐 미리 ‘퇴로’를 만든 것일지도요.

(류) 알파고 아버지인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생각보다 키가 작았어요. 그런데 야망이 아주 컸습니다. 딥블루나 왓슨, 알파고처럼 체스만 잘 풀거나, 퀴즈만 잘 맞추거나, 바둑만 잘 두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처럼 여러가지 일을 두루두루 잘 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다고요. 그걸 하사비스 CEO는 범용 인공지능(A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고 하더라고요. 아마 그런 인공지능을 만들어서 여기저기 팔 모양인가봐요.

(강)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CEO와 알파고 개발을 주도한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David Silver) 리서치 담당 과학자를 한국에서 만나게 됐는데요.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의 승리에 대해 자신감을 보인 반면, 실버 박사는 알파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는데요. 두 사람의 이번 대국에 대한 관점이 사뭇 달라 의아했죠.

☞ 이세돌 vs 알파고 기사 모음 링크

(류) 하사비스 CEO는 이번이 3번째 기자간담회인데, 알파고의 약점에 대해서는 대국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야기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수천만개 인간이 만든 기보로 바둑을 배웠다는 점을 생각하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강) 아마도 하사비스는 CEO의 관점에서, 실버 박사는 순수 과학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한 듯 싶은데요. 하사비스 CEO도 영국에서 인지신경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이지만 이번 세기의 대결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더 신경써야 하니깐요.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인간의 뇌처럼 다음 수를 찾기 위한 검색의 폭과 깊이를 줄이는 게 알고리즘의 핵심인 건 분명하죠.

(김) 재미있는 점은 실버 박사의 타이틀이 ‘Research Scientist’라는 거죠.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설명하며 함수를 언급하고 경우의 수, 확률을 이야기했죠. 눈치채시겠지만 기본 바탕은 수학입니다.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건 컴퓨터지만 그 속의 내면엔 수학이 있다는 거죠.

(강) 실버 박사는 어제 강연해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을 직접 비교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 9단은 33살이고, 알파고는 2살에 불과하다 뭐 이런 식인데, 훈련시간은 이 9단과 알파고가 똑같이 3만 시간을 하네요. 대신 이 9단은 1만번의 대국을, 알파고는 10만번의 대국을 치렀다고 하는데 짜증도 못내는 기계라고 하지만 너무 ‘빡세게’ 훈련시킨 거 아닌가 싶네요. 같은 시간에 10배를 더 훈련시킨 셈이니깐.

(김) 설명을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알파고’에 감정이입을 했어요. 기계와 인간의 공존이라는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을 현실감 있게 바라보긴 처음이에요. 알파고는 자신의 상대가 기계인지,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알파고 개발자들이 무수한 대국을 치르게 한 장면을 상상해 보면 안쓰럽죠.

(류) 전 오히려 이 9단한테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알파고의 강점을 절대 피로하지도 않고 겁먹을 줄도 모른다는 점을 꼽았어요. 인간과의 대국에서는 상대방의 표정에서도 수를 읽는다고 해요. 알파고는 그런 정보를 전혀 주지 못하죠. 게다가 알파고는 1분 1초도 안쉬고 셀프 대국(혼자 치르는 경기)을 한다고 합니다. 기존 인공 신경망과 새로 개선한 인공 신경망이 서로 대국해서 더 좋은 쪽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 없는 수를 두면서 자가 업그레이드하고 있어요. 지치지도 않는 알파고는 너무나 비인간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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