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직관·독창' 이세돌 vs '신속정확' 알파고..최후의 승자는?
□ 방송일시 : 2016년 3월 9일(수요일)
□ 출연자 :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교수 /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김진호, 알파고 5:0 勝 예상
-알파고, 최정상 프로들 자료 입력 完
-알파고, 심층 인공신경망으로 스스로 학습까지
-現 인공지능 아주 약해, 인공지능 공포 느낄 필요는 없어
-정수현, 알파고 수준, 이세돌 못 따라와
-알파고, 신속 정확하나 직관 부족
-감정 없는 기계와의 대결에 이세돌, 체력적 한계 우려
-이세돌, 복잡하고 독창적인 수 둘 것 예상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인간과 기계의 머리싸움, 과연 누가 이길까요? 오늘 오후 1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펼쳐지는데요.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 최초로 유럽 챔피언인 프로기사와의 대결에서 이미 이긴 바가 있습니다. 일각에선 단순히 한국대표로서의 대결이 아닌 인류대표로서의 대결이다, 이런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도 한데요. 오늘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 어느 쪽이 이길지, 왜 이길 수밖에 없는지, 양측의 입장 모두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김진호 빅데이터 MBA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교수(이하 김진호):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우선 알파고가 뭔지부터 말씀해주시죠?
◆ 김진호: 알파고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그냥 소프트웨어하고는 다르고요. 강력한 하드웨어의 지원을 받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신율: 그 하드웨어가 얼마나 강력해요?
◆ 김진호: CPU가 1,202개고요. 그래픽을 처리하는 GPU가 176개입니다. 그 다음에 쓰레드라고 하는, 계산하는 고속도로가 40개가 있습니다.
◇ 신율: CPU가 1,202개라고 말씀하셨는데, CPU도 사실 종류가 많잖아요? 어느 정도 수준의 CPU가 1,202개 입니까?
◆ 김진호: 뭐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인지는 모르지만 현재 나와 있는 CPU 중에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 신율: 그러니까 가장 좋은 컴퓨터 1,202개를 연결했다고 보면 된다, 이 말씀이시죠?
◆ 김진호: 네.
◇ 신율: 그렇게 되어 있는 상태에서, 왜 알파고가 이길 거라고 보세요?
◆ 김진호: 간단히 말씀드려서 알파고가 바둑을 유럽 아마에서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기 혼자 두면서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켰어요. 그런데 그거 가지고는 모자라서 이제 바둑을 배우고 실력을 스스로 향상시켰는데, 이렇게 두면 이기는지, 지는지 판단해야 돼요. 그래서 그걸 판단하는 가치망이라는 것을 추가시켰고요. 거기다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라는 기존에 있던 것까지 정교하게 합쳤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모델보다는 엄청나게 성능이 향상되어서, 아마들은 정식 프로를 절대 못 이깁니다. 그런데 아마에서 배워서 정식 프로를 5대 0으로 이겼기 때문에, 그 성능이 입증된 거죠. 그런데 그 상태에서도 이세돌 선수는 못 이겼겠지만, 딥마인드 측의 이야기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우리가 판 후이 2단을 꺾을 때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이세돌 9단을 위해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을 더했을 거고, 자기 대국을 더했을 거고, 또 하나는 입력 자료를 아마 고수들 자료가 아니라 아시아 최정상 프로들의 입력 자료로 바꾸기만 하면 훨씬 더 좋아지는 모델이 될 거고요. 그런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알파고의 5대 0 승리를 처음부터 예상했습니다.
◇ 신율: 5대 0으로 이길 것이다? 그런데 알파고라는 게 스스로의 학습능력은 없는 모양이에요?
◆ 김진호: 처음에는 배워야 하잖아요. 기보에서 배우고, 둘째는 자기 자신과 하루에 128만 대국씩 두어가면서 자기 자신과 두어서, 거기서부터 어떻게 배우느냐? 내가 졌을 때는 이런 장면에서 이렇게 두면 지는구나, 그래서 이렇게 두면 안 되는구나, 이겼을 때는 이렇게 두면 내가 유리하구나, 그런 식으로 심층 인공신경망에 수 없이 많은 가중치가 있는데, 그 가중치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거죠. 그래서 다음에 어떤 곳을 두어야 하는지, 그걸 더 정교하게 한 거죠. 그게 학습이죠. 그러니까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우는 것입니다.
◇ 신율: 교수님께서 아시아 최고의 바둑기사들의 기보도 입력했다는 표현을 쓰셨잖아요? 입력은 학습과 다르지 않나요?
◆ 김진호: 아, 처음에는 다 입력을 해야죠. 왜냐면 얘는 바둑이 뭔지 모르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장면에서는 여기에 두더라, 이런 장면에서는 여기에 두니까 잘 배워봐, 이렇게 해서 처음에 입력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알파고가 판 후이 2단을 이길 때도 처음에는 유럽의 아마 고수들의 대국 16만 대국에서 2,840만 개의 장면을 뽑아서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건 예를 들어서 동네에서 과외를 받았는데 하버드에 들어간 식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동네에서 과외선생한테 배우는 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과외 선생에게서 배우면 하버드가 아니라 우주 최고의 대학이라도 가겠죠. 그런 연결입니다. 아마한테 배워서 스스로 늘었더니 전혀 말도 안 되는 성과를 내더라, 그러면 처음부터 배움의 질을 확 달리해서, 아마한테 배우는 게 아니라 프로들한테 배우면, 그 수준이 높아지는 알고리즘은 있으니까요. 그런 상태에서 정교한 성능을 믿으니까 이세돌 선수가 한 판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이세돌 선수가 한 판 이기면 제가 이세돌 팬인데, 이세돌 선수가 역시 천재구나...
◇ 신율: 교수님도 바둑 잘 두세요?
◆ 김진호: 뭐 동네 바둑으로 강한 수준은 됩니다. 그러니까 못 두는 편은 아니죠.
◇ 신율: (웃음) 동네 바둑, 조기 바둑회는 없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쨌든 교수님 말씀 들으니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 김진호: 네, 그 이야기 때문에, 거기에 HAL 9000이라는 인공지능 로봇이 처음 등장하고, 그 로봇은 주인공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가 그때부터 시작해서 수없이 많이 나오고, 인공지능과 사랑도 빠지고 별 이야기가 다 있는데요. 그걸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영화로 즐기시고요. 그런 것은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지금 하는 인공지능은 아주 약한 인공지능, 작게 정의된 문제를 푸는 데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죠. 강한 쪽으로는 발도 못 디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신율: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진호: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교수였습니다.
----------------------------------------------------------------
◇ 신율: 계속해서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하는 쪽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프로 9단의 바둑기사이신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정수현 교수 연결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이하 정수현): 네, 안녕하세요.
◇ 신율: 교수님은 이세돌 선수가 이긴다고 생각하시죠?
◆ 정수현: 네, 그렇습니다.
◇ 신율: 이유가 뭔가요?
◆ 정수현: 이세돌 9단은 세계 최고의 고수고, 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알파고가 아직 최고 수준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알파고가 사람처럼 가능성이 높은 수를 찾아내고 승리할 확률 같은 것을 계산하는 등의 능력이 있지만 고도의 전략적 사고라든지, 위기관리, 이런 것은 고수들하고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보거든요. 예를 들자면 바둑 고수들은 단순히 장면에서 최선의 수를 찾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강점이나 약점, 바둑 스타일, 정세, 이런 것을 고려하고, 또 어디선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라든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이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두거든요. 그런데 알파고가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 신율: 아니라고 확신을 하세요?
◆ 정수현: 네, 그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 신율: 왜 확신하세요?
◆ 정수현: 왜냐면 이런 것들은, 물론 알파고가 자체적으로 학습도 하고 그런 능력도 있지만, 이런 복잡 미묘한 것들은 사실 일반적인 아마추어 강자라고 해도 잘 모르는 것들이거든요.
◇ 신율: 그런데 교수님께서도 프로 9단이시지만, 사람하고 바둑을 둘 때는 상대방과의 호흡이라든지, 느낌이라든지, 이런 것을 파악해가면서 두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텐데요. 알파고는 땀이 나겠습니까? 호흡이 가빠지겠습니까? 그렇다면 사실 바둑 대국에서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중에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는 것 아닌가요?
◆ 정수현: 네, 물론 컴퓨터는 기계적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연산을 할 수 있는데요. 사람이 정보 처리하는 것하고는 다른 방식이라고 봐야 되겠죠. 사람은 수를 다 읽지 않고, 특히 프로 고수들은 그냥 모양만 보면 웬만한 것은 다 정답을 압니다. 그게 다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수를 읽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아는 경우가 많고요. 그걸로 두어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컴퓨터와 인간 고수는 능력 자체가 다르다고 봐야죠.
◇ 신율: 체력은 어떻다고 보세요? 드라마 ‘응답하라 1988’보면 프로바둑 기사가 나오는데 너무 힘들어하고 이러거든요. 그런데 알파고는 힘들어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 정수현: 네, 그렇습니다. 알파고는 많은 판을 두어도 똑같고요. 그런데 사람은 많은 판을 두거나 오랜 시간 지속하게 되면 아무래도 피곤하게 되겠고요. 그리고 알파고는 감정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감정이 없는 컴퓨터와 두는 것이 이세돌 9단에게는 부담이 될 거예요. 왜냐면 상대방이 지금 형세를 유리하게 보는지, 비관적으로 보는지, 어떤 생각으로 두는지, 이런 호흡을 느끼면서 두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까 답답하겠죠.
◇ 신율: 그렇겠죠. 어쨌든 결국 인간 사고의 유연성을 기계라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유연하지 않은, 그런 존재가 이길 수 없다는 말씀이시죠?
◆ 정수현: 그렇죠. 그런데 어쨌든 이세돌 9단으로서도 사람하고 두는 것과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거라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서, 알파고가 정석 같은 것은 기가 막히게 구사하더라고요. 굉장히 복잡한 정석 같은 것도 전혀 착오가 없이 두는데요.
◇ 신율: 두는 걸 보셨군요?
◆ 정수현: 네, 판 후이 2단하고 두는 것을 제가 기보를 봤는데요.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아마 이세돌 9단은 독창적인 수, 책에 없는 수 같은 것을 두고, 가능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전투 바둑 같은 것으로 유도하리라고 보는데요.
◇ 신율: 그러니까 황당하게 두면 헷갈릴 거 아니에요?
◆ 정수현: 네, 물론 알파고도 이쪽에서 황당한 수를 두면 나름대로 분석하는 방법이 있겠죠. 그래서 너무 터무니없는 수를 둘 수는 없고요. 약간은 창의적인 수, 터무니없는 수는 아니고요. 그런 수를 잘 둘 것으로 봅니다.
◇ 신율: 알겠습니다. 오늘 결과를 지켜보고 그 이후에 또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수현: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였습니다.
▶ 후배에게 변기 물 마시게 한 명문대 '악마 선배'
▶ [단독] 서울아산병원, 내시경 도구 재사용 의혹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